'잠실 홈런왕' 출신 김재환, 2024 부활 프로젝트 순항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재환(35)은 올겨울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지난 시즌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굳은 각오로 무장했다.
김재환은 2018년 KBO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을 수상한 강타자다. 그해 홈런 44개, 133타점을 기록해 '잠실 홈런왕'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 시즌 타율 0.220, 홈런 10개, 46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주전으로 자리 잡은 2016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최근 수년간 홈런 수가 2020년 30개→2021년 27개→2022년 23개로 점점 줄긴 했지만, 지난 시즌엔 하락폭이 눈에 띄게 컸다. 두 자릿수 홈런을 간신히 채워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김재환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부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주전 선수 대부분이 빠진 마무리 캠프에 합류해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 홈런타자였던 이승엽 두산 감독도 김재환의 조력자로 나섰다. 이 감독은 "지난 한 시즌 내내 김재환과 주고 받은 대화보다 마무리캠프 3주간 나눈 얘기가 더 많았던 것 같다"며 "김재환도 고민을 털어놨고, 나도 함께 문제를 진단했다. 확실히 성과가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김재환도 "감독님께서 열정적으로 나를 가르쳐주셨다. 감독님과 나눈 대화 내용이 내게는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김재환은 마무리 캠프에서 강도 높은 반복 훈련을 소화했다. 이 감독은 "무척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였다. 훈련량이 전부는 아니지만, 몸이 좋은 자세를 기억하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동안 김재환을 괴롭혔던 안 좋았던 기억도 사라졌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재환은 마무리 캠프가 끝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개인 훈련도 떠났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활약했던 강정호의 야구 아카데미에서 한 달 간 타격 훈련을 했다. 지난해 타격왕 손아섭(NC 다이노스)이 강정호와 비시즌 훈련을 함께한 뒤 슬럼프를 탈출한 점을 눈여겨봤다. 팀 동료 양의지의 소개로 강정호와 연락했고, 비활동기간인 12월 휴식기를 반납한 채 LA에서 타격 훈련에 열중했다.
김재환은 "잘 배우고 왔다. 이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겼다"며 "미국에 다녀온 성과가 나오려면 아직 (개막까지) 3개월이 더 남았지만, 지금은 일단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또 "최근 6시즌 가운데 좋았던 3년과 안 좋았던 3년의 차이점이 뭔지 확인했다. 좋았을 땐 이래서 좋았고, 안 좋았을 땐 이래서 안 좋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김재환에게는 반가운 변화가 찾아온다. KBO리그는 올해부터 수비 시프트를 금지하기로 했다. 김재환은 당겨치는 거포형 왼손 타자라 그동안 수비 시프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김재환이 타석에 서면, 많은 팀이 내야수를 우익수 앞까지 후진 배치하는 극단적 시프트를 강행했다. 김재환은 강한 안타성 타구가 '외야에 있던' 내야수에게 여러 차례 잡히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시프트를 피해 다른 곳으로 타구를 보내려다 오히려 장점을 잃어버리는 부작용도 따랐다.
김재환은 "수비 시프트로 손해를 많이 봤다. 변화를 주기 위해 짧게 밀어치려는 시도를 했는데, 그러다 밸런스가 무너져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곤 했다"며 "잠실 타석에 서면 (시프트 때문에) '어디로 쳐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일단 (시프트가 금지돼) 기분 좋지만, 앞으로 더 공을 잘 맞혀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재환의 재도약은 그 자신뿐 아니라 두산이 가장 바라는 소망 중 하나다.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은 지금 간절하다. 팀에서 자신의 비중을 잘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계속 철저히 준비해 예전처럼 단단한 상태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양의지는 "김재환의 부진은 지난해로 끝일 것 같다. 재환이의 부활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믿음을 보였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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