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 덮으려 경찰 부른 류희림... 방심위 검열기구로 만들어"

신상호 2024. 1. 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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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촉 앞둔 김유진 방송통신심의위원 "류 위원장 이미 권위 상실, 자격 없어"

[신상호, 권우성 기자]

 김유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 권우성
 
"청부 민원 의혹을 진상 규명하기는커녕, 그 의혹을 막기 위해 경찰 압수수색까지 오는 상황으로 몰아간 것에 대해 류희림 위원장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지난 1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는 전체 회의를 열고 야권 추천인 김유진·옥시찬 위원에 대한 해촉 건의안을 의결했다. 김유진·옥시찬 위원은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강력히 촉구해 왔던 인물. 두 위원에 대한 해촉 결의안은 청부 민원 의혹의 당사자인 류희림 위원장 주도로 이뤄졌다. 옥시찬 위원은 회의 중 폭언, 김유진 위원은 회의 안건을 미리 기자들에게 제공했다는 이유가 각각 적용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만간 두 위원에 대한 해촉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유진 위원과 만난 지난 15일은 서울경찰청이 방심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날이었다. 경찰은 청부 민원 의혹을 제보한 공익 신고자를 수사하겠다며, 방심위 사무실을 샅샅이 뒤졌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을 형해화시키면서까지 신고자 색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김 위원은 "청부 민원 의혹을 진상 규명하기는커녕, 그 의혹을 막기 위해 경찰 압수수색까지 오는 상황으로 몰아간 것에 류 위원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의 해촉에 대해서도 "내용적으로, 절차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면서 "그냥 해촉하고 싶은데 빌미를 찾은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에 대해선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 처음에는 믿을 수도 없었다"며 "한두 명이 아니고 정말 많은 가족과 지인들이 특정 안건에 대해서 특정 시기에 내용도 유사하게 민원을 넣었다는 것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심위가 윤석열 정권의 방송검열기구로 전락한 상황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방심위와 선거방송심의위 모두) 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는 과잉 제재를 남발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위축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자기 검열을 강화하고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못 하게 되는 것. 류희림 위원장이 하는 일들의 목적인 것 같다"고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가 1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야권 추천인 옥시찬(가운데), 김유진(오른쪽) 위원 해촉 결의안을 의결한 가운데, 해당 위원들이 양천구 방심위 회의실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아래는 김 위원과의 일문일답.

- 류희림 위원장 등 여권 추천 위원들이 김유진, 옥시찬 위원에 대한 해촉건의안을 의결했다. 김 위원의 경우, 지난 3일 청부 민원 안건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한 것을 비밀유지의무 위반이라고 문제 삼았는데.

"내용적으로, 절차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일단 내용적인 면에서 보면 위원회 안건은 사전에 기자들에게 다 공지가 된다. 그리고 회의 자료 역시 방청을 신청하면 모니터를 통해서 기자들이 다 볼 수 있다.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기자들에게 제공한 자료도 특별한 기밀이 필요하거나 개인 정보라고 할 만한 것들은 없었다.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은 청부 민원 관련 야권 측 위원들이 제의한 안건들이다. 공식 회의 자료도 아니었는데 이를 비밀 유지 의무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그리고 왜 즉시 문제로 삼지 않았나. 지난 8일 전체 회의가 열렸는데, 그때까지도 별다른 언급 않다가, 옥시찬 위원 욕설 사건이 터진 뒤, 문제 삼은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그냥 해촉을 하고 싶은데 빌미를 찾다가 발견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 조만간 대통령실은 해촉을 단행할 것 같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일단은 법적 대응을 할 생각이다. 구체적인 시기나 방식에 대해서는 지금 변호사와 논의하는 상황이다."

- 지난 8일 전체 회의에서 청부 민원 안건이 올라왔다가, 류희림 위원장이 회의장을 떠나면서 파행됐다. 안건으로 올라온 청부 민원 대응 관련 내용은 다뤄지지 못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다뤄질 것 같나.

"류희림 위원장의 운영 행태는 심의 기구의 위상은커녕 일반적인 조직 운영 원리와 원칙까지 깨뜨리고 있다. 1월 8일 전체회의에 올라갔던 안건들이 여러 개 있었다. 그중에 청부 민원과 관련한 안건은 3건이었다. 그런데 류 위원장이 3건에 대해 비공개로 하겠다고 표결에 부쳤고, 본인까지 참여해서 4대 3을 만들어서 통과시켰다. 그래서 야권 위원이 반발하니까 정회하고 돌아오지 않은 거다. 설령 그것을 산회라고 유권해석하더라도, 1차 회의 때 올라간 안건이 2차 회의에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그런데 2차 회의에선 그 안건들이 사라졌고, 해임 건의안만 올라왔다. 2차 회의도 시작하자마자 비공개 여부를 물었고, 안건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이렇게 편의적으로 회의를 운영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답답함이 있다."

- 청부 민원 안건은 결국 다뤄지지 못할 거라고 보나.

"솔직히 어떻게 처리할지 짐작도 못하겠다. 워낙 상식을 벗어나는 형태로 일 처리를 해왔기 때문에, 이 안건의 처리 과정 역시 제 사고 수준으로는 예측하기 어렵다. 류희림 위원장은 본인의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해 본인이 직접 이런 방법을 말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회의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를, 계속 시간을 끌면서 막아왔다. 그러다 위원까지 해촉시키고 (경찰은) 방심위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앞으로 안건을 논의하지 않으려고 어떤 이상한 방식을 동원할지도 모르겠다."

"류희림 위원장, 청부 민원 의혹으로 리더십 상실"
 
 김유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 권우성
 
-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이 문제의 근원이다.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방송보도에 대해 민원을 넣고, 본인이 직접 위원장으로 중징계를 의결한 것. 어떻게 생각하나?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 처음에는 믿을 수도 없었다. 위원장 몇몇 가족들이 민원을 넣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몰랐는데 보도를 보면 한두 명이 아니고 정말 많은 가족과 지인들이 특정 안건에 대해서, 특정 시기에, 내용도 유사하게 민원을 넣었다는 것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고, 진상 규명을 해야 하는 문제다. 민원을 넣은 가족 중 일부는 이름이 특이했다고 하더라. 심의가 이뤄지기 전 직원들이 '가족 중 일부가 민원을 낸 것 같으니 회피하라'는 취지로 위원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심의했던 거다."

- 온갖 논란을 생산하면서 류희림 위원장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는 낙제점을 넘어 평가 불가 수준으로 나왔다. 최근 방심위 노조가 설문한 결과 직원 96%가 류희림 위원장 업무능력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건 어떻게 보나.

"모든 직원이라고 하기에는 무리지만,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 리더십이 거의 상실됐다고 봐야 한다. 위원장 리더십 자체가 통하지 않는 상태다. 직원들과 우연히 만나 이야기할 때도 있었는데, 분노와 걱정, 위원회 직원으로서의 자괴감을 많이 표출하고 있다.

류희림 위원장이 알아야 할 게 있다. 지시를 거부하거나 반발하지 않는 직원이라고 해서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동의, 지지한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청부 민원 의혹이 터지기 전에도 사실 굉장히 비민주적 조직 운영, 전문성 부재 등으로 인해 권위를 찾기 힘들었던 위원장이었는데, 청부 민원 의혹으로 이제 위원장 권위는 없다고 봐야 한다. 사태가 터지자 공익 신고자를 색출하겠다는 대응도 분노를 키웠다."

"뉴스타파 인용 언론사 중징계 결정, 패소 가능성 굉장히 커"

- <뉴스타파> 인용 보도와 관련해 중징계받은 언론사들, 이른바 청부 민원의 희생양들인데,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방심위 내부에서조차 100% 패소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어떻게 전망하나.

"위원회가 결정에 대해 패소할 가능성은 굉장히 크다. 해당 방송사들은 과징금 부과라는 중징계를 받았는데, 이보다 훨씬 낮은 수위의 제재에 대해서도 패소한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동안 판례를 보면, 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판결을 해왔다. 과징금을 내린 <뉴스타파> 인용 보도 같은 경우를 보면 해당 언론사가 사실 자체를 왜곡한 것도 아니고 의혹을 제기했던 다른 매체의 보도를 인용한 거다. 이 정도를 가지고 과징금까지 갔다는 건 그동안 위원회의 어떤 제재 수위에서도 굉장히 벗어나는 과잉 제재였다. 법원에서도 아마 그동안의 판례들을 존중한다면 이건 정당한 제재라고 보지 않을 것이다."

- 청부 민원에 패소 가능성이 높은 방송사 중징계 결정까지, 이건 류희림이라는 위원장 한 사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방심위라는 조직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 아닌가.

"그동안 방심위 역사상 이렇게 엄청난 의혹은 없었다. 의혹을 진상 규명하기는커녕, 그 의혹을 막기 위해 경찰 압수수색까지 들어오는 상황까지 몰아간 것에 대해 류희림 위원장은 앞으로 반드시 책임져야 할 거다. 자신의 의혹을 방어하기 위해, 방심위에 경찰을 불러들인 최초의 위원장으로 남을 거다. 앞으로 방심위가 이런 구조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 하게 될 텐데 그랬을 때 신뢰의 위기가 크게 올 것이다. 방심위라는 기구 자체에 대한 신뢰, 심의 기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나올 것 같아 그런 부분이 참 걱정스럽다."
 
▲ 방심위 압수수색 마친 경찰 경찰 수사관들이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민원상담팀 등을 압수수색 한 뒤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 위원회가 이렇게 운영되는 상황에서, 향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아래 선방위)도 비슷한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 과정에서도 여권에 불리한 보도에 대해 제재를 남발하는 형태가 될 것 같은데. 선방위를 비롯해 방심위가 사실상 언론검열 기구가 된 것이라는 평가인데.

"선거방송심의위 구성을 보면 공정하게 심의하기가 힘든 구성이다. TV조선의 추천을 받았다든지, (류희림) 위원장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람도 있다. 몇 차례 회의 결과를 보면,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는 과잉 제재를 남발하고 있는데, 방청하는 기자들도 크게 우려하더라. 결과적으로 방송사들의 위축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언론이) 자기 검열을 강화하고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못 하게 되는 것. 류희림 위원장이 하는 일들의 목적인 것 같다."

-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방심위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 방심위 직원들이 류희림 위원장의 파행적인 조직 운영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저항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가짜뉴스센터 설치부터 직원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고, 공익 신고까지 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평소 성실하게 조용히 일만 하는 것 같은 직원들이 막상 이렇게 문제가 터지니까 너무나 지혜롭게 잘 싸우고 있다. 이런 분들과 같이 일을 해본 건 제게는 굉장히 큰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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