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후 70만명 조기채용"…총선 앞두고 '직접일자리' 늘리는 정부
정부가 설 연휴 전후로 노인일자리 등 직접일자리 70만명 이상을 채용하기로 했다. 올해 전체 직접일자리 목표치의 60% 수준이다. 특히 올 1분기가 지나기 전까지 90%를 조기 집행한다. 취약계층의 생계안정과 고용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재정 쏟아붓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정부 일자리 사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올해 일자리 사업 161개에 편성된 예산은 총 29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건전재정 기조 속에서 저성과·유사중복 사업을 중심으로 지출을 효율화하는 대신, 미래세대·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사업 등에 집중 투자한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조기 집행이 가능한 128개 사업 예산(14조9000억원)의 67%(10조원)를 상반기 내에 집행한다. 자치단체 참여사업의 상반기 집행률도 39.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태영건설에서 비롯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경기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자리 사업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정부 재정을 투입해 만드는 직접일자리는 오히려 확대됐다. 올해 직접일자리 목표 인원은 117만4000명으로, 지난해(104만4000명) 대비 13만명 늘어났다. 이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70만명 이상을 한 달 남짓 남은 설 연휴 전후로 조기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노인일자리 63만명, 자활사업 4만명, 노인맞춤돌봄서비스 3만5000명 등이다. 나아가 1분기 내에 90%(105만5000명)을, 상반기 내에 97%(114만2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이 빠른 속도로 직접일자리를 포함한 일자리 예산을 조기집행하는 데 대해 총선을 의식한 ‘상반기 올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26조4000억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 60조원 규모의 공공부문 투자도 상반기에 각각 65%, 55%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건전재정을 표방하면서도 직접일자리가 늘어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직접일자리 효과성에 대해 ‘질 낮은 단기 일자리’라며 비판했는데, 정작 총선을 앞두고선 이전 정부 방식을 답습한다는 것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인 빈곤율이 높다 보니 이들을 위한 재정지원은 필요하지만, 세금으로 만든 직접일자리는 질이 낮고 지속가능성도 작을 수밖에 없다”며 “규제와 법을 풀어 실질적으로 고령층을 위한 민간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직접일자리의 질적 개선을 위해 단순 노무 중심의 ‘공익형’ 일자리 대신 개인의 경험·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형’과 ‘민간형’ 일자리 비중을 더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회서비스형은 소정의 임금을 받고 전문 기술을 재능기부 형식으로 필요한 영역에 제공하는 일자리를, 민간형은 시니어인턴십 등 민간 시장으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일자리를 의미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민간에서 흡수하지 못하는 취약한 고령층에 대해선 계속해서 공익형 일자리를 지원하겠지만, 가급적이면 사회서비스형과 민간형을 점차 증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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