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망' 경찰 지휘부 개입 의혹…군인권센터 녹취록 공개
군인권센터가 지난해 여름 폭우 때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경찰 지휘부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 수사단 A수사관과 경북경찰청 B팀장이 통화한 녹취 파일 2개를 입수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통화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이첩한 수사 자료를 국방부검찰단이 다시 회수해 간 직후 지난해 8월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8월 2일 오후 8시 15분 통화 녹취에서 A수사관이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경찰이 인계했다고 왜 명확히 밝히지 않느냐”고 따져 묻자 B팀장은 “내부 검토 중에 있다”, “지휘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군인권센터는 “경찰 지휘부가 (국방부의) 이첩 기록 탈취 이후 이첩 과정과 관련해 ‘검토’를 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경찰 지휘부가 국방부 검찰단이 기록을 가지고 간 뒤 사후 대책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토 과정에 참여한 사람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경찰도 수사외압 사건의 수사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기록 회수 절차와 관련해 “접수되기 바로 전 단계와도 같은 사건 이첩 절차에서 군검찰이 회수 요청을 해서 기록을 반환해갔다”며 “일반적으로 문서를 보낼 때 뭐가 빠졌을 때 다시 가져가는 걸로 보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 통화 내용은 국방부 검찰단이 집단항명 혐의로 해병대 수사단을 압수수색한 8월 3일 이뤄졌다. A수사관이 “저희가 범죄자 취급받으면서 압수수색 당하고 있습니다. 왜 경북청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십니까”라고 묻자 B팀장은 한숨을 쉬며 “그게(압수수색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임 소장은 “통화 말미에는 경북청 팀장이 흐느끼는 목소리도 냈다”며 “윗선의 지시에 따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경찰에도 윗선의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군인권센터는 “수사외압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회의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장서윤ㆍ박종서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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