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벌써 트럼프와 접촉 모색...'골프 친구' 아소가 나섰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본 정부가 트럼프 진영과의 관계 구축에 나섰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6일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골프를 함께 즐겼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가 '파이프라인' 역할을 맡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15일 지난 9~13일 미국을 방문했다 돌아온 아소 부총재와 면담을 했다. 두 사람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미국 공화당은 15일 오후 7시(현지시간)부터 아이오와주에서 공화당 대선 경선(코커스)의 첫 레이스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경우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식 정책'이 부활할 수 있다는 데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2021년 집권 당시 일본 측에 미군 주둔과 관련한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라고 요구하는 등 동맹을 강조해 온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15일 회견에서 "일본 정부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면서 "일·미(미·일) 동맹의 중요성은 당파를 넘어 공통의 인식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누가 당선돼도 동맹 관계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강조한 발언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트럼프 진영과의 파이프 역할로 자민당 아소 부총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때문에 일본 정부 관계자가 트럼프 측과 공식적으로 접촉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집권당 간부인 아소 부총재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아소 부총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시절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배석하고 골프도 함께 즐긴 인연이 있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11월 대통령 취임이 정해진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 면담하면서 밀월관계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아소 부총재는 지난 방미 기간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뉴욕을 일부러 찾아가는 등 물밑에서 접촉을 시도했지만, 공화당 경선 일정 때문에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신문은 아소 부총재가 '내가 일부러 뉴욕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러 왔다는 사실이 전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있다며 "(방문 자체가) 일본 정부가 트럼프 진영을 중시한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초대로 오는 3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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