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파스타] 더브라위너와 루카쿠가 한 몸에… '장신 테크니션' 더케텔라러, 마침내 빅리그 적응, 연일 맹활약

김정용 기자 2024. 1. 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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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더케텔라러(아탈란타). 아탈란타 홈페이지 캡처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벨기에가 큰 기대를 걸어 온 '케빈 더브라위너의 후계자'가 로멜루 루카쿠의 능력까지 흡수하며 발전해가고 있다.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르가모의 가이스 스타디움에서 2023-2024 이탈리아 세리에A 20라운드를 치른 아탈란타가 프로시노네에 5-0 대승을 거뒀다.


시즌 초 오락가락했던 아탈란타는 최근 컵대회 포함 4승 1무로 상승세를 탔다. 그 중에는 코파 이탈리아(FA컵)에서 이웃 AC밀란을 꺾은 승리도 포함돼 있었다. 리그 순위는 5위로 발돋움했다. 4위 피오렌티나와 승점 1점차다.


이번 시즌 상승세의 주역으로 꼽히는 선수가 임대 해 온 더케텔라러다. 더케텔라러는 원래 벨기에의 클뤼프브뤼허에서 큰 기대를 모은 유망주였다. 2021-2022시즌 벨기에 1부 리그에서 14골 9도움으로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2020년 19세 나이에 벨기에 대표로 데뷔했고, 이듬해 이탈리아 상대로 데뷔골도 넣었다.


지난 2022년 여름 밀란이 큰 맘 먹고 영입했는데, 더케텔라러는 시즌 내내 무득점 1도움이라는 심각한 부진을 보였다. 부진은 밀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영입을 맡고 있던 밀란 '레전드' 파올로 말디니 디렉터가 더케텔라러 같은 고비용 유망주 영입 정책으로 새 수뇌부와 마찰을 겪다가 결국 지난해 떠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시즌 '재활원' 아탈란타로 임대된 더케텔라러는 밀란에서 보낸 1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리그 3골 4도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2골, 코파 이탈리아 2골 1도움까지 총 7골 5도움을 기록했다. 리그를 절반가량 치렀을 뿐인데 공격포인트가 12개에 도달했다.


특히 최근에 몰아친 점이 돋보인다. 지난 12월 원소속팀 AC밀란을 상대로 도움을 올린 시점부터 최근 9경기 5골 3도움으로 확 상승세를 탔다.


그 중 사수올로를 3-1로 꺾은 경기에서 3골에 모두 관여한 모습은 얼마나 자신감이 붙었는지 보여줬다. 동료가 헤딩으로 공을 떨어뜨려 줬을 때 더케텔라러는 골대 바로 앞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있었다. 몸싸움을 하면서 공중에서 볼 컨트롤을 한 뒤 곧바로 때리는 하프발리슛으로 마치 정상급 타겟맨 같은 플레이를 해냈다.


이어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어지는 사수올로의 빠른 패스플레이를 마무리했는데, 퍼스트 터치 후 상대 수비 2명이 달라붙으려 할 때 한 박자 빨리 마무리했다. 그리고 본업인 미드필더로 돌아간 듯 대각선으로 내주는 패스를 통해 알렉세이 미란추크의 쐐기골까지 이끌어냈다.


프로시노네전 5-0 대승을 거둘 때도 돋보였다. 일단 골 장면에서 사각에 가까운 골문 구석을 향해 최소한의 스윙만으로 강슛을 성공시키며 왼발 킥과 결정력을 보여줬다. 그밖에도 팀의 두 번째 골 상황에서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통해 상대를 교란하는 등 3-4-2-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해줘야 하는 복잡한 임무를 능숙하게 수행했다.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아탈란타 감독이 더케텔라러를 부활시킨 첫 번째 단계는 해야 할 일을 줄여주는 것이었다. 더케텔라러는 원래 192cm 신장에 매끄러운 기술까지 겸비한 공격형 미드필더라 큰 관심을 받았다. 신체조건과 기술이 모두 탁월했다. 당시에는 10살차이 나는 더브라위너의 뒤를 이을 후계자였다. 밀란 이적 당시, 더브라위너가 직접 "잘 이적했다. 계속 활약해주기 바란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밀란 입성 초기에 잘 풀리지 않으며 자신감을 잃어버리자, 더케텔라러의 부진은 심각해졌다. 원래 힘보다 기술 위주 선수였던 더케텔라러가 머뭇거리며 몸싸움을 피하자 큰 덩치는 오히려 민첩성을 깎아먹는 단점이 됐고, 특히 타고난 골잡이가 아닌 선수로서 문전에서 패스할지 돌파할지 망설이다 슛 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비판을 받았다.


아탈란타 임대 후, 가스페리니 감독은 더케텔라러에게 다른 것 신경 쓰지 말고 문전 쇄도해서 헤딩을 따내는 한 업무에 집중하게 해 줬다. 키 크고 다재다능한 선수가 그 재능을 살리지 못할 때,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되 경기운영 말고 헤딩경합 등 단순한 일만 하며 일단 리듬을 찾게 도와주는 게 가스페리니식 '재활 프로그램'이다. 이 방식으로 마리오 파살리치, 브라얀 크리스탄테 등도 한층 성장했다.


일단 몸을 쓰는 감각부터 되찾은 더케텔라러는 최전방에서 많이 기용되며, 마치 로멜루 루카쿠를 잇는 벨기에의 새 장신 스트라이커처럼 활약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원래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돌아가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샤를 더케텔라러(AC밀란). 게티이미지코리아

황금세대 뒤에는 골짜기가 따르기 마련이고, 벨기에 축구협회는 오래 전부터 그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20대 중반 선수들을 건너뛰고 곧바로 20대 초반으로 리빌딩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더케텔라러는 제레미 도쿠(맨체스터시티)와 함께 새로운 시대의 더브라위너와 에덴 아자르가 되어줘야 하는 재능이다.


※ 김정용 기자가 연재하는 '오늘의 파스타'는 세리에A를 비롯한 이탈리아 축구 소식을 다룹니다.


사진= 아탈란타 홈페이지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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