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삼달리'가 불편하다는 제주 도민들의 속사정
[임병도 기자]
▲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
ⓒ JTBC |
제주를 배경으로 한 JTBC 토일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이하 삼달리)가 주말 미니시리즈 시청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1월 15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 기준, 전국 10.1% 기록). 신혜선(삼달), 지창욱(용필)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 아름다운 제주 풍경이 시청자를 사로잡은 까닭일 것이다.
그런데 '웰컴투 삼달리(이하 삼달리)'를 보는 제주 도민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어색한 제주 사투리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제주 도민도 못 알아듣는 드라마'라는 말까지 나온다. 제주 사투리를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2022년 방송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제주 사투리 연기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씨를 제외하면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가 어색했다는 평도 나왔다.
제주에서 태어난 기자의 딸은 학교에서 친구들끼리는 사투리를 써도 집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간혹 사투리를 써도 단어 몇 개뿐이다. 그중의 하나가 '기'라는 단어인데, 다양하게 사용된다. 끝을 올리면 '그래?', '정말?'이라는 뜻이다. 평음으로 '기~'라고 하면 '그렇구나'라는 의미이다. 충청도의 '기여'라는 말과 비슷해 드라마를 보면서 오해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사실 제주에서도 오리지널 제주 사투리를 듣기는 쉽지 않다. 가장 많이 듣는 곳이 동네 병원이다. 진료를 기다리며 모여있는 할머니(삼춘)들은 100% 사투리로 얘기한다. 제주에서 고작 13년 산 기자의 수준으로는 10% 도 채 못 알아듣는다. 이런 오리지널 사투리의 억양과 느낌을 알고 있는 도민들에게 '삼달리' 속 배우들의 사투리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 도민들이 제주 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하는 연기를 원하는 것은 제주를 제대로 표현해달라는 마음일 것이다.
▲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 나오는 해녀들 |
ⓒ JTBC |
'삼달리'에서는 용필의 엄마 '부미자'와 삼달의 엄마 '고미자' 이야기가 나온다. 고미자(김미경 분)는 시어머니부터 동서, 그리고 단짝 친구 부미자를 바다에서 잃었다. 용필의 아빠 조상태(유오성 분)는 고미자가 자신의 부인 부미자를 죽였다며 20년 넘게 미워하며 삼달과 용필의 연애도 결사반대한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스토리 중의 하나이다.
부미자의 죽음이 도민들에게는 낯설지가 않다. 현실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해녀들이 물질을 하다가 사망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 4월까지 물질을 하다가 숨진 해녀는 104명이다. 특히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해녀 안전사고는 46건이고 21명의 해녀가 목숨을 잃었다.
과거보다 최근 들어 해녀들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제주 해녀들이 고령화됐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현직 해녀는 총 3226명이다. 이중 91.75%가 60세 이상이다. 70~80세 해녀가 1328명으로 가장 많고, 80세 이상도 762명이나 된다.
물질 중 사망한 해녀들의 경우 사인은 대부분 심정지이다. 응급처치가 중요하지만 바다에서 조업을 하기에 쉽지 않다. 또한 119구급대가 오는 시간이 있어 해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망률도 높다. 혹자는 물질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60일 이상 물질을 하지 않으면 해녀 자격(어업인)을 박탈당한다. 태풍이나 강풍, 높은 파도 등의 기상 악화가 빈번한 제주에서 60일 이상 조업을 하려면 몸이 아파도 조업을 강행해야 한다. 고미자가 몸이 아픈데도 물질을 나가려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바닷가 마을에서 물질을 하다가 죽은 해녀들은 부지기수이다. 논농사가 힘든 제주에서의 물질은 가족의 생존을 위한 엄마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면서 테왁을 들고 바다에 나가는 해녀들의 모습은 척박한 제주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엄마들의 용기이자 희생이었다.
극 중에서는 용필 엄마의 죽음 이후, 20년 동안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던 삼달이 엄마가 용필 아버지에게 "나만 미워해라. 내가 용필 아버지 화 풀릴 때까지 평생 다 받을 테니"하면서 삼달과 용필의 연애를 허락해 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 삼달(신혜선 분)이 풍경 사진 대신 신혼부부의 웨딩 스냅사진을 대신 찍어주는 모습 |
ⓒ jtbc |
드라마에는 용필(지창욱 분)과 삼달(신혜선 분)이 사진을 찍기 위해 제주 곳곳을 다니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삼달은 자신이 알고 있는 숨겨진 스폿이 있다고 자신만만하지만 용필은 이제 그런 곳은 없다고 한다. 용필의 말처럼 삼달이 알고 있던 장소마다 관광객들로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였다.
삼달이 '이곳은 정말 모른다'며 찾아간 곳도 웨딩 스냅사진을 찍기 위한 신혼부부들로 만원이었다. 삼달이가 도민만 알고 있다고 한 곳은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안돌오름 주변이다. 지금은 '비밀의 숲'으로 알려졌다. 사실 송당리에 살았던 기자도 마을 사람들도 잘 가지 않는 곳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신혼부부들의 웨딩 스냅사진 스폿으로 유명해졌다.
관광객이 많아 실망한 삼달은 마치 자신만의 공간을 뺏긴 것처럼 화를 내고 용필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삼달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드라마는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필연적으로 겪는 제주의 갈등 양상을 보여주고, 삼달이 신혼부부의 사진을 찍어주고 그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서로 화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도민들 중 일부는 드라마에서 사용되는 사투리가 어색해 제주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는 '웰컴투 삼달리'가 현실적인 제주를 보여주는 탓에 정주행 했다. 육지에 갔다가 온 아이들도, 제주를 찾는 이들도 모두 품을 수 있는 제주가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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