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도 도시광산서 채굴…SK에코플랜트 美공장 가보니

정동훈 2024. 1. 1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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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테스 라스베이거스에 3700㎡ 공장 가동
전기전자폐기물부터 전기차 폐배터리까지 리사이클링
IT기기서 금·백금·희토류, 배터리서 리튬·니켈 등 뽑아내
SK에코플랜트의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30분 남짓 이동하자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테스(TES)'의 라스베이거스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바다주의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약 3700㎡ 면적의 공장에는 서버, 노트북, 스마트폰 등 여러 전자기기들이 쌓인 박스가 즐비했다. 노트북,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장비의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에서 각종 정보를 완벽히 파기한 후 재사용·재활용까지 지원하는 ITAD(IT Asset Disposition·IT자산처분서비스) 전용 공장이다. 이곳 공장은 시애틀, 애틀랜타, 프레드릭스버그에 이은 테스의 4번째 미국 거점이다.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의 재활용과 에너지화를 통한 순환경제 실현을 비전으로 세우고 일찌감치 '도시광산' 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주목했다. 도시광산은 전기·전자폐기물(e-waste), 폐배터리 등에서 매장량이 적거나 특정 지역에 편중돼 확보가 어려운 고부가가치 희소금속을 추출해 원자재로 재활용하는 사업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테스를 전격 인수했다. 23개국 46개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 거점을 보유한 테스를 인수함으로써 관련 사업 전 분야에 걸친 밸류체인을 확보했다.

IT기기서 금·백금 캐내는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

테스는 전자기기 및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과 함께 ITAD를 주력 사업으로 전개 중이다. 라스베이거스 공장에서는 서버 중심으로 IT기기 처리가 이뤄지고 있다. 수거부터 운송, 데이터 삭제 등의 서비스 용역은 물론 서비스 후 리퍼비시 제품, 부품(RAM 등) 등을 판매하는 사업도 진행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오종훈 테스 최고전략책임자(CSO·부사장)는 "ITAD에는 정보 파기뿐 아니라, 이후 IT 자산의 재활용, 재사용 등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며 "IT 자산의 폐기량을 최소화하고, 다시 쓰이게 하는 것이 ITAD의 최종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 부사장은 "IT 제품에서 회수되는 금속들은 가격이 높은 금·백금·인듐(희토류 일종) 등"이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사용된 금메달하고 동메달에는 테스 상하이에서 재활용해 생산된 금과 동이 들어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테스의 ITAD 역량은 검증돼 있다. 개인정보 및 브랜드 보호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영역으로, 국가별로 적용되는 다양한 법규와 규제환경 대응이 필수적이다. 테스는 폐기물 규제에 대응해 다수의 인허가 확보, 완벽한 정보보안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고객사들과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형성 중이다. IT 시장분석기업 가트너는 지난해 테스를 아이언마운틴(미국), 심스라이프사이클(호주)과 함께 전 세계에 포괄적인 ITAD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톱 3'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성장 전망도 밝다. ITAD 및 'e-폐기물(e-waste)'의 경우 반도체 및 IT 경기 회복과 맞물려 시장 반등이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는 2020년 약 500억달러(약 60조원) 수준인 e-waste 산업 규모가 2028년 약 1440억달러(약 170조원) 수준으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폐기물은 오래된 휴대폰, 개인용 컴퓨터(PC), 텔레비전 등 전자 장비 및 부품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말한다.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에서 리사이클링을 위해 분쇄된 IT기기의 모습.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폐배터리 재활용 역량 확보…도시광산서 '채굴 가속화'

SK에코플랜트는 이곳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을 ITAD뿐만 아니라 북미 서부지역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네바다주는 최근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요충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네바다주는 미국 서남부 지역 물류가 모이는 거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네바다주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 중 하나인 리튬 채굴이 가능한 북미 유일한 광산 보유한 곳이다. 배터리 제조사(파나소닉), 완성차 제조사(테슬라) 및 세계 최대 리튬생산업체 알버말 등이 네바다주에 생산 공장 구축을 진행 또는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우드머티리얼즈 등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 기업 등도 진출 계획을 밝히는 등 관련 클러스터 조성이 한창이다.

조 롬바르도 네바다주 주지사도 최근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에 직접 방문해 공장을 둘러보고 협력을 논의했다. 롬바르도 주지사는 특히 SK에코플랜트 및 테스의 ITAD, 전기차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종훈 CSO는 “전기차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지로도 네바다주의 잠재력이 크다”며 “현재 네바다주에서 테스가 확보한 '수거-리사이클링-희소금속 추출-재생산’으로이어지는 공급망을 잘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사업장을 통해 폐배터리 수거를 비롯한 물류 전초기지를 확보한 것도 테스의 큰 장점이다. 테스는 전 세계 23개국에서 폐기물 수거·보관·운송 등 로지스틱스 전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글로벌 거점을 활용한 네트워크 역량을 기반으로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폐배터리를 포함한 폐기물을 수집할 수 있는 권한도 갖췄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40년 1741억2000만달러(약 228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오종훈 CSO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측면에서 SK에코플랜트와 테스는 시장 선점의 핵심요소인 3L(Logistics(물류)·Location(거점)·License(인허가)) 등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최근에는 용매 추출방식으로 니켈·코발트 회수율 97%, 순도 99.9%를 달성하는 등 기술력도 완비, 글로벌 시장 공략 채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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