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죽음과 재탄생, 탄소감축의 현장…美 ‘IT기기 재활용’ 거점 SK에코 테스 공장
SK에코플랜트, 순환경제 실현 비전 일환으로 테스 인수
SK에코플랜트-테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 활용 검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 브랜드 전자기기 수백 대가 쌓여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테스(TES) 공장. 공장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이 회색빛 작은 공간은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의 용산 전자상가를 떠올리게 했지만, 반대로 이곳에서는 전자기기들이 파쇄되고 있었다. 산산조각 난 기기들은 직원들의 손을 거쳐 새 생명을 부여 받았고, 탄소감축은 덤으로 챙겼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메인 스트릿에서 30분 달려 도착한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테스 공장은 그간 봐왔던 그 어떤 공장보다도 왜소했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일은 아니었다. 초라한 외관과 달리 이곳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자기기 생애주기를 책임지는 핵심 기지였다. 나아가 요즘 ‘핫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전초기지로 거듭나겠단 원대한 꿈 품고 있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테스는 지난해 폐기물의 재활용과 에너지화를 통한 순환경제 실현을 비전으로 세우고 일찌감치 도시광산 사업을 미래 핵심으로 주목한 SK에코플랜트에 인수됐다. 테스는 23개국 46개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 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사업 전 분야에 걸친 밸류체인을 확보하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공장 곳곳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서버, 노트북, 스마트폰들이 박스에 한가득 담겨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맡겨지는 전자기기들 대부분은 IT, 금융 등 데이터 보호가 중요한 업종에서 사용된 것들이었다.
이런 기기들은 ‘환생’에 앞서 ‘기억 삭제’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제품들의 처분을 맡기는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데이터 보안이기 때문이다. 고객사들이 2~3년 정도 기기를 사용한 후 테스에게 넘기면 가장 먼저 이뤄지는 작업은 데이터 삭제다.
공장을 방문하는 기자들의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소지까지 금지할 정도로 보안은 철저하다. 공장 내에서는 기기들이 어느 기업이나 어느 사이트에서 왔는지 알 실마리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테스가 데이터나 제품을 없애기 위해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공장 내부에서는 직원들이 제품을 분리하거나 파쇄하는 것과 함께 재사용·재활용을 통해 새로 탄생한 제품들을 포장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 공간 각각 구역에서는 제품의 탄생과 죽음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를 ITAD(IT Asset Disposition, IT 자산처분서비스) 전용 공장이라 부른다. 수거부터, 운송, 데이터 삭제 등의 서비스 용역은 물론 서비스 후 리퍼비시 제품, 부품(RAM 등) 등을 판매하는 사업이 진행된다.
오종훈 테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ITAD에는 정보 파기뿐 아니라, 이후 IT 자산의 재활용,재사용 등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며 “IT 자산의 폐기량을 최소화하고, 다시 쓰이게 하는 것이 ITAD의 최종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ITAD' 넘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초기지로
이미 역량이 검증된 테스는 미국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IT장비를 타겟으로 하는 대형 ITAD 시설을 버지니아 주에 추가로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올해 1분기 준공 예정으로 대형 고객들을 유치, 선점하겠다는 청사진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곳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을 ITAD 뿐만 아니라 북미 서부지역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단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네바다주는 최근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요충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네바다주는 미국 서남부 지역 물류가 모이는 거점이기도 하다.
실제 네바다주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리튬 채굴이 가능한 북미 유일 광산 보유한 곳이다. 배터리 업체 파나소닉과 완성차 업체 테슬라, 세계 최대 리튬생산업체 앨버말 등이 네바다주에 생산 공장을 구축을 진행 하거나 추진 중인 상태다. 레드우드 머티리얼즈 등과 같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 기업도 진출 계획을 밝히는 등 관련 클러스터 조성이 한창이다.
오종훈 CSO는 “전기차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지로도 네바다주의 잠재력이 크다”며 “현재네바다주에서 테스가 확보한 수거-리사이클링-희소금속 추출-재생산’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잘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사업장을 통해 폐배터리 수거를 비롯한 물류 전초기지를 확보한 것도 테스의 큰 장점이라고 한다. 테스가 전 세계 23개국에서 폐기물 수거·보관·운송 등 로지스틱스 전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단 점에서다. 글로벌 거점을 활용한 네트워크 역량을 기반으로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폐배터리를 포함한 폐기물을 수집할 수 있는 권한도 갖췄다.
또 폐기물의 국가 간 불법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바젤협약에 따라 전 세계에서 모은 폐배터리를 타국의 재활용 시설로 보내기 위해선 바젤 퍼밋(Basel Permit)이 필요한데, 테스는 30여개의 바젤 퍼밋을 보유 중이다.
오종훈 CSO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측면에서 SK에코플랜트와 테스는 시장 선점의 핵심 요소인 3L(Logistics(물류)·Location(거점)·License(인허가)) 등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며 “최근에는 용매 추출방식으로 니켈·코발트 회수율 97%, 순도 99.9%를 달성하는 등 기술력도 완비, 글로벌 시장 공략 채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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