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울대병원 이송도, 그 이슈화도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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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대표 정치 테러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의료적으로는 서울대병원 이송이 부적절했다는 것,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것 그러나 이 대표 가족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은 아니라는 것으로 요약된다(1월11일자 한겨레 '왜냐면' 참고). 이 분석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의료적 혹은 정치적 적절성' 논란에 가세하는 것 자체가 김 교수 스스로 우려하는 것처럼 '이슈가 엉뚱한 방향으로 더 세게 흐르도록' 돕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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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엽적 의료 이슈로 시선 돌리려는 목적이 뭔가
제1야당 대표 정치 테러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한 게 적절했냐는 논란이 가열되는 것을 말한다. 그 안에는 지방의료 문제, 특혜이송 의혹, 정치인의 정책적 지향점과 행동 불일치 등 많은 논쟁거리가 포함돼 있어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매우 용이하다.
‘서울대병원만 할 수 있는 수술이었냐’를 두고 의료인들이 난해한 식견을 쏟아내는가 하면, 지방의료를 살려야 한다면서 정작 자신이 다치니 부산대병원은 믿을 수 없다는 행보를 보인 이 대표를 겨냥해 정치 논객들도 한마디씩 보태고 있다. 사안의 본질을 한참 떠난 이런 식의 이슈화를 누가 왜 부추기는가.
의료 이슈에 필자가 종종 의견을 참고하는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가 명료하게 정리했다. 의료적으로는 서울대병원 이송이 부적절했다는 것,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것 그러나 이 대표 가족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은 아니라는 것으로 요약된다(1월11일자 한겨레 ‘왜냐면’ 참고). 이 분석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의료적 혹은 정치적 적절성’ 논란에 가세하는 것 자체가 김 교수 스스로 우려하는 것처럼 ‘이슈가 엉뚱한 방향으로 더 세게 흐르도록’ 돕는 꼴이다.
이런 논의를 통해 우리가 얻을 이득은 무엇일까. 이 대표를 곤란하게 만드는 반대쪽 진영의 정치적 이익 말고도, 지방의료 발전을 위한 생산적 대안을 모색할 계기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를 통한 사회적 효용이 아무리 크다 한들 증오의 언어가 마침내 물리적 폭력으로 표출될 정도로 심각해진 우리 사회의 정치 과잉에 대한 고찰보다 더 시급하다고 할 수 없다.
반면 의료나 헬기와 같은 주변 이슈에 집착할수록 본질에 다가서려는 시민과 정치권의 성찰은 중단되거나 방치된다. 이런 프레임이 굳어지길 바라는 진영이 우리로 하여금 지엽적인 곳을 쳐다보도록 조종하려는 것이란 의심을 우리는 진지하게 해야 한다.
실제로 범행 동기 파악에 결정적 단서가 될 가해자의 당적 보유 이력을 공개하라거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재수사를 요구한다면, 자칫 사건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역비판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사람들이 사안의 본질에 다가설수록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쪽의 ‘특혜이송 논란’ 프레임이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이런 지적으로 이 대표 측을 두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지금의 극단적 진영 대립 양상은 소속 당을 가리지 않고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피해자가 어떤 쪽에서 나오든, 우리는 언제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이 문제를 푸는 데 용감하게 접근해야 함을 강조하려는 것뿐이다.
신속한 수사와 투명한 발표를 통해 혼란을 최소화할 책임은 수사기관에 있다. 그러나 이미 경찰은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몸을 사리는 수사를 했다거나, 가해자 당적 보유 이력 비공개, 수사 초기부터 단독범행으로 예단한 듯한 태도 등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총선을 앞두고 경쟁이 과열되면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번 사후 처리 방식과 엉뚱한 이슈화는 선거판이 난장판이 될 수 있음을 알리는 예고편이다.
정치권 스스로도 상대에 대한 파괴나 악마화 등 선동을 중단하고 선진 정치 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내놓음과 동시에 그 지지자들 설득에 나서야 한다. 사안의 본질에 정면승부하는 이런 자세는 여야를 떠나 모든 정치권에 두루 요구된다. 충격적 정치 테러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어낼 교훈이 ‘민주주의 위기와 그 해법 모색’이 아닌 야당 대표의 언행불일치와 지방의료 이슈에 갇혀서야 되겠는가.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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