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선수단에 전해진 CES의 교훈…국민타자도 사장도 '변화'를 외쳤다

김지수 기자 2024. 1. 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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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고영섭 두산 베어스 신임 대표이사가 선수들과의 첫 공식 만남에서 자신이 느낀 경영학적 교훈을 전달했다. 올해 KBO리그에 여러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산은 15일 서울 잠실야구장 식당에서 창단기념식을 개최하고 프런트, 선수단, 코칭스태프 상견례를 진행했다. 고영섭 두산 구단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승엽 감독, 김태룡 단장 등이 참석해 2024 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고영섭 대표이사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왔다. 미래 산업 최첨단 기술을 볼 수 있는 CES 전시회를 참관하고 돌아왔다"며 "4000여 곳이 넘는 기업이 참여한 행사를 보면서 세상이 변화하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올해 프로야구의 변화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두산은 2017년 7월부터 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전풍 사장이 지난 연말 두산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야구단 사장으로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다시 모기업 경영진의 핵심으로 영전하는 보기 드문 선례를 남기게 됐다. 

전풍 부회장의 후임으로 고영섭 대표이사가 야구단의 새 수장으로 부임했다. 고영섭 대표이사는 1987년 두산그룹 광고회사 오리콤에 입사한 뒤 200사장을 맡았고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오리콤을 이끌었다.

2015년에는 한컴 대표이사, 2018년부터는 두산 커뮤니케이션 담당 사장을 겸직하면서 두산그룹 내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올해부터는 두산 베어스 사장으로만 일하면서 야구단을 책임지게 됐다.

고영섭 대표이사는 "올해 CES 키워드가 인고지능과 로봇티스였다. 우리 야구단과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며 "KBO리그는 올해부터 로봇심판이 판정을 담당한다. 수비 시프트 금지와 피치클락 도입 등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위기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 두산 베어스가 기회를 거머쥐는 승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ES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 주관해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다. 1967년 뉴욕에서 처음 시작된 이후 성장을 거듭했고 전 세계를 주름잡는 글로벌 기업들이 해마다 자신들의 최신 기술력을 뽐내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고영섭 대표이사가 야구와는 무관해 보이는 CES를 두산 선수들과의 첫 만남에서 언급한 건 올해 KBO리그의 여러 변화와 맞닿아 있다. KBO는 지난 11일 10개 구단 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4년 제1차 이사회에서 2024 시즌부터 시행될 여러 제도를 확정했다.

대표적으로는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기계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의 도입이다. 오는 3월 정규리그 개막과 함께 정식으로 첫 선을 보인다.

이사회는 공정한 판정을 위해 ABS를 오는 3월 23일 열리는 정규리그 개막전부터 당장 운용하고, 베이스 크기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처럼 키우기로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베이스 크기 확대도 확정됐다.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활발한 도루 플레이를 위해 2023 시즌부터 기존 15제곱인치인 베이스 크기를 18제곱인치로 늘렸고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영섭 대표이사는 "올해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두산 베어스를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명문 구단으로 만들고 싶다"며 "각자 위치에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승리 방정식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고영섭 대표이사의 발언에 화답했다. 이승엽 감독 자신부터 변하겠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약속하고 2024 시즌 도약을 다짐했다.

이승엽 감독은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나부터 변하겠다는 것이다. 여러분들도 지난해 있었던 모든 일은 잊고 대표이사께서 말씀하신 KBO리그의 달라진 환경에 적응했으면 좋겠다"며 "이게 우리의 첫 번째 목표이다. 다른 팀보다 먼저 빠르게 적응한다면 더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2023 시즌 이승엽 감독의 지휘 아래 74승 68패 2무, 승률 0.514로 정규리그 5위에 올랐다.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 이탈 악재 속에서도 특유의 뚝심을 발휘, 후반기 막판까지 이어진 KIA 타이거즈와의 5강 경쟁에서 승리하며 가을야구 막차에 탑승했다.

두산은 기세를 몰아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사상 첫 업셋(Upset)을 노렸지만 정규리그 4위 NC 다이노스를 넘지 못했다. 9-14 완패로 2023 시즌을 마감하고 일찌감치 차기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이승엽 감독은 "시즌이 끝나면 항상 아쉽다. 사실 우승이 아니면 만족할 감독, 코치, 선수가 있을까 싶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 게 당연하다. 많은 준비를 했고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각종 제도 변화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라면서도 "스프링캠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승엽 감독은 "우리 팀만 바뀐 제도에 적응해야 한다면 생각이 많겠지만 10개 구단이 다 똑같다"며 "로봇심판은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 좁아진다는 느낌은 있을 것 같다. 상하 무브먼트가 좋은 투수가 유리할지 횡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투수가 유리한지를 빨리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두산 베어스/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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