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실력 뽐냈지만 경고 트러블 걸린 한국 축구
[심재철 기자]
실수 없는 완전무결한 축구는 없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바로잡아야 할 변수들이 예상보다 많이 생기고 말았다. 동점골을 내줬으면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5분만에 결승골을 뽑아낸 뒷심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더 까다로운 고비를 넘기 위한 골 결정력 높이기 숙제를 해결해야 하며 예상하지 못했던 옐로 카드 트러블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가야 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5일(월) 오후 8시 30분 카타르 도하에 있는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E조 첫 게임에서 바레인을 3-1로 이겼다. 하지만 핵심 선수 다섯 명(손흥민, 조규성, 김민재, 박용우, 이기제)이 옐로 카드를 안고 뛰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첫 아시안컵 '이강인'의 황금 왼발
전반 30분도 안 되어 우리 수비에 비상이 걸렸다.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가 9분에 받은 옐로 카드가 마치 전염병처럼 급격하게 퍼져나간 것이다. 13분에 수비의 핵 김민재도 바레인 역습을 차단하다가 마 밍(중국) 주심으로부터 옐로 카드를 받았고, 28분에 왼쪽 풀백 이기제도 상대 역습을 끊다가 경고를 받은 것이다. 후반전에 조규성(60분)도 모자라 주장 손흥민(90+4분)까지 카드 기록을 추가했으니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토너먼트를 고려하여 우리 선수단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기제를 제외하고 다른 네 선수는 대체 불가 멤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세 번째 게임에 네 선수가 경고 트러블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더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위험한 반칙을 저지르다가는 VAR 시스템에 의해 다이렉트 퇴장까지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몹시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수비 역할을 맡아 중요한 위치에서 뛰고 있는 세 선수의 경고 트러블은 이 게임 운영에 아찔한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말았다. 32분, 바레인이 역습 기회를 잡아 알리 마단의 왼발 대각선 슛이 위협적으로 우리 골문 위로 날아오를 때까지 우리 수비수들은 가로채기 시도는 물론 결정적인 태클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38분에 김민재 - 이재성으로 이어진 왼쪽 연결로 황인범의 멋진 왼발 첫 골을 뽑아내기는 했지만 후반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내주지 않아도 될 동점골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기제의 패스 미스로 내준 바레인의 스로인 연결이 반 박자 빠르게 넘어왔고 모하메드 마르훈의 오른발 1차 슛이 우리 수비수 정승현 몸에 맞고 흐른 세컨드 볼로 압둘라 알 하샤시의 오른발 동점골이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우리 수비수들은 골문 앞 위험 지역에서 상대 선수들을 제대로 밀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처럼 경고 트러블에 걸린 이기제를 곧바로 빼고 김태환을 들여보냈는데 교체 타이밍이 한 박자 늦었다는 것(51분 실점, 52분 교체)을 1-1 점수판이 말해주는 듯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실점 후 5분만에 이강인의 왼발 슈퍼 골이 기막히게 들어간 것이다. 56분, 왼쪽 옆줄 가까이에서 공을 확보한 김민재가 과감하게 바레인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 근처로 빠른 패스를 넣어주었고 이강인이 아름다운 왼발 감아차기 슛을 꽂아넣었다. 바레인의 에브라힘 루트팔라 골키퍼가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랐지만 이강인의 왼발을 떠난 공은 기막히게 휘어날아가 왼쪽 기둥을 스치며 빨려들어갔다.
68분에 이강인의 왼발이 또 한 번 반짝반짝 빛났다. 왼쪽 옆줄 위에서 공을 확보한 손흥민이 황인범에게 연결했고 황인범도 빠르게 이강인을 겨냥한 오픈 패스를 열어주었다. 오른쪽 대각선 슛 기회를 잡은 이강인은 완벽한 속임 동작 후에 왼발 인사이드 킥을 가볍게 왼쪽 구석으로 찔러넣었다. 이강인의 왼발 끝에 이번 대회 우리 팀 성적이 달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들이었다.
87분에는 이강인의 기막힌 공간 패스가 손흥민이 달려들어가는 길을 열어주었는데 중심이 무너지며 찬 손흥민의 오른발 인사이드 슛이 바레인 골문 오른쪽 기둥을 벗어나고 말았다. 우리 팀 최고의 선수이기에 믿었지만 선택지 하나를 추가하기 위해서라도 뒤따라가는 동료가 더 좋은 각도의 공간으로 달려가 더 완벽한 합작 골을 노렸어야 했다. 골 결정력 높이기는 이런 아쉬운 순간을 겸허하게 복기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해낼 수 있는 준비로 가능한 일이다.
또한 72분에 조규성 대신 들어온 홍현석과 82분에 이재성 대신 들어온 정우영의 왕성한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술 변화가 보이지 않은 점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정우영은 측면에서 솔로 플레이에 빠졌고 그보다 더 일찍 들어간 홍현석은 동료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오는 20일(토) 오후 8시 30분 알 투마마 스타디움으로 장소를 옮겨 요르단을 만나게 되며, 바레인은 같은 날 오후 11시 30분에 첫 게임을 뛴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말레이시아를 만난다.
2023 AFC 아시안컵 E조 결과
(1월 15일 오후 8시 30분,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 도하)
★ 한국 3-1 바레인 [골-도움 기록 : 황인범(38분), 이강인(56분,도움-김민재), 이강인(68분,도움-황인범) / 압둘라 알 하샤시(51분)]
◇ 한국 선수들(4-4-2 포메이션)
FW : 조규성(72분↔홍현석), 손흥민
MF : 이재성(82분↔정우영), 박용우(82분↔박진섭), 황인범, 이강인
DF : 이기제(52분↔김태환), 김민재(72분↔김영권), 정승현, 설영우
GK : 김승규
- 경고 기록 : 박용우(9분), 김민재(13분), 이기제(28분), 조규성(61분), 손흥민(90+4분)
◇ 바레인 선수들(4-3-3 포메이션)
FW : 코마이 알 아스와드, 압둘라 알 하샤시(66분↔압둘라 유수프), 알리 마단(82분↔이브라힘 알 왈리)
MF : 모하메드 마르훈, 모하메드 알 하르단, 모세스 아테데(66분↔자심 켈라이프)
DF : 하자 알리, 왈리드 알 하얌, 아민 베나디(46분↔사예드 바케르), 모하메드 아델(72분↔마흐디 알 후마이단)
GK : 에브라힘 루트팔라
- 경고 기록 : 알리 마단(31분), 모세스 아테데(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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