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월가, 매그니피센트7에 가려졌던 美가치주에 베팅 이유
지난해 상승 폭 작았던 중형주 주목
은행주도 수익 반등 기대
시장지배력 넓히는 에너지 업체도 매력적
"올해 테마는 초대형 성장주에서 순환 가치주로 옮아갈 것이다."(배리 배니스터 스티펠 수석 주식 전략가)
지난해 고금리로 인한 경제 침체 우려에도 뉴욕 증시는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 종목 위주로 주가가 크게 뛰었다. 올해도 연방준비제도(Fed)가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는 해인 만큼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많다.
월가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주 못지않게 가치주에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지난해 가치주는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매그니피센트7 종목에 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일정 수준 유지되는 가운데 경제 성장이 이어나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가치주가 힘입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Fed가 시장 기대와는 다르게 첫 금리 인하 시점을 3월보다 뒤로 늦춘다면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조정을 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헤지(위험 회피) 전략으로도 유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저평가된 가치주는 중형주에 많이 포진해 있고 업종으로는 은행, 에너지 등이 주로 꼽힌다.
◆올해 중형주 주목 "매수 적기"= 월가에선 지난해 상승 폭이 가장 작았던 중형주 기업이 매수 적기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중형주는 소형주보다는 안정성이 높고 대형주보다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특징을 갖는다. 시가총액이 2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사이인 기업이 통상 중형주에 속한다. 지난해 뉴욕증시에서 중형주는 소형주, 대형주에 뒤처졌다. 각각 대형주와 소형주 기업으로 구성된 S&P500지수와 러셀2000지수가 24.2%, 15.1% 오를 때 중형주 기업이 포함된 S&P 미드캡지수는 14.5% 상승에 그쳤다.
크레셋 캐피털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잭 에이블린은 "금리 인하기에는 중형주 기업들이 대형주 기업들보다 자금 조달과 재융자에 더 큰 이익을 본다"며 "이는 중형주 기업에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요소"라고 평가했다.
자산 관리 회사인 하이타워 RDM 파이낸셜 그룹의 마이클 셸던 전무는 주가 대비 수익 비율(P/E)을 통해 중형주가 저평가돼 있다고 강조한다. 셸던에 따르면 1997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S&P400은 평균 P/E 비율이 S&P500의 1.04배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비율은 S&P 500의 0.68배에 불과하다. 10월 말부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대형주 주가가 과열될 때 중형주는 외면받았다는 분석이다.
중형주 종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는 대표적으로 아이셰어즈 러셀 미드캡 ETF(IWR)와 뱅가드 미드캡 ETF(VO)가 있다. 최근 5년간 모닝스타 미드캡 주가지수 수익률을 능가하는 뮤추얼 펀드인 터치스톤 미드캡 펀드(TMAPX)도 월가에선 주목받는다.
◆은행주, 금리 인하기 수익 반등 기대= 올해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치주 업종으로는 단연 은행이다. 지난해 은행 업종으로 구성된 S&P500 금융부문(SPSY) 지수는 그해 3월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으로 업계에 연쇄 위기가 퍼진 탓에 큰 폭으로 떨어졌으나 마지막에 구사일생했다. Fed의 피벗(pivot·방향 전환) 움직임이 확산된 그해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오르면서 9.5%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24%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 폭은 그리 크지 않다.
Fed의 금리 인하로 미국 은행들의 우려가 해소된 만큼 올해 순이자이익이 늘면서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산운용사 DWS는 견고한 수익성으로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대형은행에 대해 비중 확대 포지션을 유지했다. KBW는 키코프, 웹스터파이낸셜, 골드만삭스에 주목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수익성이 약화하고 있는 소비자 사업 부분을 대부분 정리한 만큼 투자은행(IB) 본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지난해 채권금리 급등에 따른 미실현손실 확대로 급전직하한 지방은행 주가는 크게 오를 여력이 있다는 관측이다. 지방은행 관련 ETF로는 SPDR S&P 지방은행 ETF(KRE)가 있다.
◆미 에너지 기업, 시장 지배력 확대 "매력적"= 시장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는 미국 에너지 기업도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한 데다 원유 생산량의 경우 향후 2년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에너지 기업들 간 인수합병(M&A)이 이어지면서 이들 기업이 에너지 가격 면에서 유리한 포지션에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천연가스 기업 체서피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사우스웨스턴을 74억달러 규모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미 최대 천연가스 기업이 됐다. 이에 대해 사모펀드 회사인 키메리지 에너지 매니지먼트의 관리 파트너인 마크 비비아노는 "기관투자가들은 중형 에너지 회사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M&A로 기업 규모가 커지면 S&P500에 포함되고, 투자 등급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대로 주가가 크게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석유 회사들은 소규모 경쟁 업체 인수에 나서면서 시장 공급 조절 면에서 우위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셰일업체 파이오니어를 약 600억달러에 인수한 엑손모빌, 석유탐사 기업 헤스를 530억달러에 인수한 셰브런이 대표적이다. 중동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횡보하던 유가도 다시 상승 기미를 보인다는 점은 정제 마진 개선 가능성을 의미한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외 가치주 업종으로 산업재, 식품, 부동산 등을 추천했다. 모닝스타의 수석 미국 시장 전략가인 데이브 세케라는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보그워너, 식품회사인 캠벨 수프, 헬스케어 부동산 투자 신탁회사인 헬스피크 프로퍼티즈 등을 꼽았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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