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공립학교 때 좌절감 느껴"…세 아들 사립보낸 교육수장의 변명

"아들들, 사립학교 간 뒤 자신감 찾았다"
교육계 "공교육 기관에 대한 도발적 발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국정 쇄신을 위해 지난 11일(현지시간) 내각을 단행했으나, 일주일도 안 돼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가브리엘 아탈 신임 총리의 후임으로 교육부 수장에 오른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장관이 자신의 아이들을 명문 사립학교에 보낸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공교육이 무료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카스테라 장관이 세 아들 모두를 파리의 한 가톨릭 사립 학교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카스테라 장관은 지난 12일 일선 학교 현장을 방문했다가 기자들이 아들들을 사립 학교에 보낸 이유에 대해 묻자 공립 학교 시스템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첫째 아들이 공립학교에 다닐 때 저와 남편은 (공공 부문에서) 대체되지 않는 많은 시간에 좌절감을 느꼈다"며 "어느 순간 우리도 다른 해결책을 찾기로 한 수십만 명의 가족처럼 지쳐버렸다"고 답했다. 이어 아이들이 사립 학교에 간 뒤 교육을 더 잘 받게 됐을 뿐 아니라 더 행복해하며 안정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교육계와 정치권에선 카스테라 장관이 아이들을 사립 학교에 보낸 걸 정당화하기 위해 공립 학교를 깎아내렸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최대 중등교사 노조인 'SNES-FSU'의 소피 베네티테이 사무총장은 프랑스 매체 르피가로를 통해 "이는 공교육 기관과 교직원에 대한 황당하고 도발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새 교육장관인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이미지출처=AFP 연합뉴스]

설상가상으로 카스테라 장관의 장남이 유아 때 6개월간 공립학교 내 보육원을 다닌 게 전부라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비판은 쏟아졌다. 해당 보육원에서 장관 아들을 담당한 교사가 "저는 (장관의 말처럼) 결석한 적도 없었고,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면 다른 교사로 항상 대체됐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 교사는 장관 측이 아들을 사립 학교에 전학시킨 건 한 학년을 건너뛰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고 주장했다.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카스테라 장관은 결국 자신의 발언이 일부 공립 학교 교사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을 수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자신은 항상 공립 학교와 그 교사들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에선 카스테라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에리크 코크렐 의원은 "그는 이런 논란을 안고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아이를 사립 학교에 보내는 것과 그를 정당화하기 위해 공립학교를 공격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아탈 총리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스포츠부 장관이던 그에게 교육부 장관직까지 맡겼다. 교육계에서는 새 장관의 교육 전문성에 의문을 표하며 교육 문제가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