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MHC 2024]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트렌드는 '비만약, ADC'

이춘희 2024. 1. 1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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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은 ‘비만약’과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이슈를 주도할 전망이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바이오 최대 투자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두 분야의 파이프라인을 강조했다. 국내 제약업계도 이런 흐름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JPMHC 둘째날이었던 지난 9일(현지시간)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관계자가 잇따라 연단에 올랐다. 지난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약 ‘젭바운드’와 ‘위고비’를 내놓으며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힌 제약사들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42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가 개막한 8일(현지시간) 참가자들이 발표를 듣기 위해 바삐 이동하고 있다.[사진제공=JP모건]

릴리는 GLP-1에 더해 인슐린 분비 자극 폴리펩타이드(GIP)와 글루카곤(GCG)에도 작용하는 삼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를 소개했다. 데이비드 릭스 최고경영자(CEO)는 "25%에 달하는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며 "먹는 약 등 추가로 비만 신약 후보 물질 6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보노디스크는 ‘물량 확보’에 집중했다. 위고비의 인기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스 푸르어가르드 예르겐센 노보노디스크 CEO는 "올해 미국에서 위고비 물량을 크게 늘릴 것"이라며 "비만 약 시장이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는 기대도 걸었다. 화이자, 암젠, 리제네론, 머크, 아스트라제네카(AZ) 등도 비만 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제약사도 이 같은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먹는 GLP-1 약 ‘ID110521156’으로 JPMHC에 참석한 이재준 일동제약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빅 파마의 사업개발(BD) 담당들이 ‘올해도 GLP-1과 ADC가 쌍두마차로 기술거래를 이끌 것’이라는 등 관심을 체감했다"며 "앞으로 시장과 거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향후 적절한 기술수출 시점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도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 후보군으로 GLP-1 복합제를 제시하고 개발 계획을 밝혔고,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질의응답에서 "현재는 GLP-1 생산시설이 없지만 추후 요청이 있다면 생산시설을 준비할 수도 있다"고 관심을 드러냈다.

플랫폼에서는 ADC가 두드러졌다. 암세포와 붙는 항체와 암을 죽이는 독성약물을 한 약물로 붙이는 기술이다. 암을 정밀 타격하는 ‘크루즈 미사일’으로 불린다. AZ와 다이이치산쿄가 공동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가 환자의 질병 진행 없는 생존 기간(PFS)을 대거 연장하면서 기술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확대의 기회를 포착한 빅 파마들이 면역항암제 이후 항암 시장의 주류로 ADC를 꼽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약가 인하에서도 바이오의약품으로 분류돼 수익성을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진행된 엔비디아의 기업 발표에서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한 참가자들이 밖에서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JP모건]

JPMHC 첫날부터 존슨앤드존슨(J&J)이 ADC 개발사 엠브렉스바이오파마를 20억달러(약 2조6450억원)에 인수하는 등 여전히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호아킨 두아토 J&J CEO는 "ADC가 고형암에서 신약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엠브렉스 인수 외에도 한국 레고켐바이오와 지난해 맺은 기술협력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머크(MSD), 애브비, 노바티스 등도 ADC를 핵심 파이프라인의 하나로 지목했다.

국내에서도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올해 준공을 목표로 ADC 전용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라며 "기술적 면에서 아라리스, 에임드바이오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고, 이중항체 ADC 생산까지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 역시 2025년까지 ADC 신약 임상 시험 계획을 공개하는 등 트렌드 합류를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번 JPMHC를 달군 또 다른 화두는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이다. AI의 빠른 연산속도를 활용해 신속하게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한다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것이란 기대다. 행사 첫날인 8일 IT 기업 엔비디아는 자사의 신약 AI 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와, 빅 파마 암젠과 손잡고 구축하고 있는 신약 연구를 위한 슈퍼컴퓨터 ‘프레이야’를 소개했다. 발표 시작 전부터 발표장이 꽉 차 아예 입장조차 하지 못한 이들이 까치발을 들고 힘겹게 경청하는 모습이 관찰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였다. JPMHC 전날인 7일에는 구글의 AI 신약 개발사 아이소모픽이 릴리·노바티스와 합쳐 총 29억달러(약 3조8350억원)의 계약을 맺는 등의 행보가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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