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산산조각 났다, 일종의 청교도주의" 佛언론의 일침
배우 이선균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한국 사회에서 공인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 외신 보도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이선균의 죽음 이후, 한국 영화계가 언론과 경찰의 압박을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처럼 말했다.
신문은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 검사 결과에서 음성이 나왔음에도 경찰 조사 때마다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 대상이 됐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선균 사망 직전 경찰 조사가 19시간 동안 진행된 것을 거론했다.
신문은 "이선균의 죽음을 계기로 '기생충' 봉준호 감독 등 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고인의 이름으로 예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이 오랫동안 누적됐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마약 복용 혐의와 유흥주점 출입으로 조사받은 이선균이 겪은 불명예가 어느 정도였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선균을 비롯해 많은 영화인의 경력이 도덕성을 재단하는 것에서 산산조각이 났다"고 지적하며 대표적 예로 배우 김민희를 언급했다. 신문은 김민희에 대해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 이후 금전적 손해를 입고 홍 감독의 영화에만 출연 중"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성균관대에서 프랑스 영화사 등을 가르치는 앙투안 코폴라 교수는 "프랑스인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공인은 오래전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무를 갖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공적인 것은 모두 사회 도그마(독단적 신념·교리·학설 등)에 부합해야 한다는, 일종의 청교도주의(금욕주의)가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선균은 지난해 10월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경찰 수사를 받았다. 이선균은 투약 혐의를 부인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23일까지 세 차례 경찰 조사가 이어졌고 이선균은 12월 27일 종로구 와룡공원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경찰의 과도한 수사와 수사 정보 유출 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이선균과 영화 '기생충'을 함께 한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등이 모인 문화예술인연대회의는 성명을 내고 "고(故) 이선균 배우가 (지난해) 10월 23일 정식 입건된 때로부터 2개월여 동안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 노출됐다"라며 "고인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수사 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나"라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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