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이 닫히는 순간… 관절에선 ‘이런 일’ 벌어진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작가 2024. 1. 1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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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의 몸을 읽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연골은 중요한 결합조직이다. 이름처럼 물렁한 뼈로 딱딱한 뼈(경골)와 구분된다. 모체에서 인간이 처음 만들어질 때 뼈는 모두 연골이다. 성장할수록 뼈가 굳어지면서 경골로 변하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연골로 남는다. 연골은 아주 유연하고 탄력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코나 귀는 대표적인 연골로 형태를 유지할 정도로 딱딱하지만 부러지지 않고 접히거나 늘어난다. 그래서 콧구멍은 커질 수 있고 귀는 외부 마찰에 접힌다. 다만 연골은 신경과 혈관이 없어 직접적으로 통증을 느낄 수 없고 재생이 어렵다. 연골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충격을 흡수하거나 관절의 마찰을 줄이는 것이다. 연골은 우리 몸이 경골로 되어 있다면 실현되지 못했을 구조를 가능케한다.

성인 기준 뼈는 206개로 모두가 어딘가에 붙거나 연결되어 있다. 뼈와 뼈가 연결되는 부위가 관절이다. 뼈의 연결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섬유 관절이다. 뼈와 뼈가 직접 섬유조직으로 붙어있거나 강력한 인대로 붙어있다. 거의 움직여서는 안 되는 관절이 이에 해당한다. 머리는 성장에 맞춰서 자라나기 위해서 몇 조각의 뼈로 되어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두개골이 커질 필요가 없으므로 섬유 관절로 닫혀서 거의 하나로 붙는다. 턱뼈에 심어진 치아도 빠지지 않게 섬유 관절로 고정된다. 뼈 중에 절반 정도는 손과 발에 들어있다. 각각 54개와 52개다. 특히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10개의 뼈가 뭉쳐있다. 이들은 튼튼한 인대로 한 덩어리가 되어 손, 발바닥의 견고함을 견인한다.

두 번째가 연골 관절이다. 뼈와 뼈가 직접 연결되지 않고 연골로 붙어 있으면 약간은 움직이거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다만 커다란 각도로 움직이면 마모되거나 부러지므로 유연한 움직임에 사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가슴 가운데의 빗장뼈와 갈비뼈다. 두 뼈를 연결하는 연골은 숨을 쉴 때 늘어나거나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연골은 척추 관절 사이에도 들어 있다. 척추뼈 사이의 유연성 확보와 충격 흡수를 위함이다. 덕분에 척추는 적당히 움직이면서 중력을 견딘다. 골반도 연골 결합이다. 치골 사이의 연골 관절은 충격을 흡수하기도 하지만 출산할 때 벌어져 태아의 머리가 나오도록 한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연골결합은 아이들의 성장판이다. 아이들의 뼈 말단 성장판은 연골 관절로 되어 있다. 우리 몸은 성장판에서 일단 연골을 생성하고 그것을 굳혀서 경골로 만든다. 성장이 끝나면 성장판은 모두 경골로 바뀐다. 이것을 우리는 "성장판이 닫혔다"고 한다.

세 번째는 윤활 관절이다. 뼈와 뼈가 접촉한 상태로 움직이면 뼈가 갈리면서 통증을 동반하고 금방 닳아 없어질 것이다. 연골과 연골이 마찰하면서 움직여도 마찬가지다. 윤활 관절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것처럼 연골과 연골을 두고 사이에 윤활액을 넣어 '움직임'을 실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은 모두 윤활 관절이다. 인간의 관절은 평생 수십억 회 움직이는 과정에서 마찰을 줄여 에너지를 아껴야 하고 마모되지 않으면서 고장나면 자동으로 보수되어야 한다. 기계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효율이다. 원리는 양쪽 연골 사이에 점성이 있는 윤활액을 넣어 거의 마찰 없이 미끄러지는 것이다. 스케이트장에서 날이 나아가는 원리와 비슷하다. 무릎같이 하중을 많이 받는 관절은 연골 사이에 반월판을 따로 넣어서 충격을 흡수하고 압력을 견딘다.

윤활액은 관절액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관절에는 관절액이 차 있다. 인체가 혈액을 걸러 특별한 성분만을 남겨 관절에 넣는 것으로 대부분이 수분이며 끝없이 보충된다. 대표적인 성분은 히알루론산으로 점성을 띄게 한다. 관절액은 연골 사이에 착 달라붙어 윤활 작용을 하면서 열에너지를 흡수하고 충격을 완화한다. 또 연골에는 혈관이 없으므로 관절액의 성분이 연골에 스며들게 하여 영양을 공급한다. 모든 관절에는 액체가 들어있기 때문에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기온이 낮으면 관절액이 차가워져 점성이 증가하고 더우면 관절액의 점성이 낮아진다. 덕분에 날이 추우면 몸을 움직일 때 불편하다. 추운 날씨에 일이나 운동을 할 때는 준비운동을 철저히 해서 관절액의 온도를 올려야 한다. 또 점성이 있는 액체를 많이 저으면 침전물이 생기는 것처럼, 관절도 많이 쓰면 관절액에 침전물이 생겨서 염증을 유발하거나 퇴행성 질환을 일으킨다.

다양한 이유로 관절에는 염증이 생긴다. 관절을 구성하는 연골과 주변 근육, 인대, 힘줄 등의 염증이 의심될 때 관절액을 뽑아 백혈구 수치로 관절염을 진단할 수 있다. 또 관절이 손상을 입거나 감염되면 관절 내로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이때 관절액을 뽑으면 인체가 관절액을 만들 때 지혈 성분을 걸러내기 때문에 굳지 않은 피가 나온다. 관절을 오래 사용하면 관절액이 마르고 염증이 생기며 연골이 닳아서 마모되거나 파열된다.

노년기에 흔한 퇴행성 관절염이다. 관절은 뛰어난 효율의 생체 조직이지만 현시대에 연장된 인간의 수명만큼 버티기는 어렵다. 아직까지 개발된 인공 관절의 수명이 10년 내외라는 사실은 자연 관절의 우수성을 증명하지만 우리가 평생 관절을 아껴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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