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에 빠진 한국…작년 위스키 수입액 '新기록'
하이볼 인기에 저렴한 위스키 수요 증가
홈술족 인기 '카발란' 등 대만 수입 2배 급증
국내 위스키 수입액이 사상 처음으로 3만t을 넘어섰다. 지난해 하이볼이 새로운 주류 음용법으로 크게 인기를 얻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스키의 수입이 대폭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16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치·버번·라이 등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직전 해(2만7038t)보다 13.1%(3548t) 증가한 3만586t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로 2만7379t을 들여온 2002년 수입량을 21년 만에 갈아치운 기록이다. 수입액은 2억5957만달러(약 3425억원)로 2022년(2억6684만달러)보다 2.7%(727만달러) 감소했지만 2년 연속 2억달러를 훌쩍 넘기며 최근 위스키 인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주 5일제와 주 52시간제 등이 도입되며 근무시간이 축소되고, 2016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이 시행되며 유흥 수요가 줄어 꾸준히 위축돼 왔다. 그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홈술과 혼술이 새로운 주류문화로 각광받으며 그 선봉에 서서 반등을 이뤄내기 시작했고, 지난해 역대 최대 수입량 기록까지 새로 쓰게 됐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위스키 하이볼의 인기가 높아진 점이 수입량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팬데믹 이후 위스키 열풍이 불기 시작한 초기에는 뛰어난 보관성 등이 강점으로 부각되며 고도수의 강렬함을 즐기는 소비자 위주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점차 위스키 등 증류주에 소다수를 타서 좀 더 쉽게 마실 수 있는 하이볼이 주류 음용 트렌드로 주목받으며 대중성을 확보하게 됐고 성장에도 날개를 달게 됐다.
지난해 수입액 감소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22년까지 국내 위스키 시장이 주로 풍미를 즐기기 위한 싱글몰트 위스키를 중심으로 질적 성장을 이뤘다면, 지난해에는 편안한 음용성이 강조된 하이볼의 인기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스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양적 성장을 이룬 것이다. 여기에 2022년 위스키 수입액이 2010년 이후 12년 만에 2억달러 선을 회복하는 등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는 점도 올해 기록을 경신하는 데 장애로 작용했다.
국가별로는 스코틀랜드를 포함한 영국 위스키가 여전히 압도적인 규모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영국 위스키의 수입량과 수입액은 각각 2만4818t, 2억1102만달러로 전체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성장세 면에서는 스코틀랜드 외 생산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버번위스키를 앞세운 미국 위스키는 수입량(3639t)과 수입액(2743만달러)이 전년 대비 각각 33.6%, 26.5% 증가했고, 산토리 ‘가쿠빈’과 ‘야마자키’로 대표되는 일본 위스키도 수입량(897t)과 수입액(799만달러)이 68.3%, 92.5% 늘었다. 이밖에 ‘카발란’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만 위스키의 지난해 수입액은 207만달러로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카발란은 BTS RM이 유튜브를 통해 '최애 위스키'로 꼽으며 슈가와 함께 마신 브랜드다.
위스키 외에 기타 증류주의 수입액도 대부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테킬라 수입액은 648만달러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고, 럼 수입액은 322만달러로 10.2% 늘었다. 특히 코냑을 비롯한 브랜디는 지난해 수입액이 1104만달러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506만달러)보다 118.2% 늘었고, 같은 기간 진 수입액(555만달러)도 111.8% 증가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거 특정 주종으로 편중된 획일화된 주류 문화가 최근 몇 년 사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변화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다양한 주종과 음용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어 다양한 수입 주종이 올해도 몸집을 불려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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