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은 포화 상태 "살 길 찾아 해외로 눈 돌려"
CU·GS25·이마트24
해외 매장 1090여개
편집자주 - K편의점은 1982년 국내에 첫발을 내디딘 뒤 여러 생활편의 서비스를 흡수하며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대표 업태로 발전했다. 단순 식료품과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공간을 넘어 이제는 우체국, 은행, 약국의 역할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4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맞닥뜨린 과제가 만만치 않다. 시장의 포화, 인구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우리 편의점은 이 난제에 대한 답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으로 뻗어나가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점포 수도 1000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밖으로는 시장을 보다 확장해야 하고, 안으로는 포화 문제를 풀어야 한다. K편의점이 이 숙제를 어떻게 푸느냐는 미래 생존은 물론 한국 유통시장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범유통업계가 편의점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편의점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집 건너 편의점'일 정도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15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와 GS리테일의 GS25, 이마트 계열사인 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 3사는 이날 기준 해외에 1090여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CU는 몽골, 말레이시아에 GS25는 베트남, 몽골에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캄보디아에 진출해 있다. 경제 성장 전망이 좋고 젊은 인구가 많은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으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면서 국내 편의점과 손잡기 위한 현지 수요도 상당하다.
점포 수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편의점은 CU다. CU는 2018년 몽골(380여개)과 2021년 말레이시아(140개)에 잇따라 진출, 현재까지 500여개의 점포를 확보했다. 빠르면 내년 1분기 중엔 카자흐스탄에 첫 깃발을 꽂는다. CU는 지난해 6월 중앙아시아 최대 아이스크림 업체인 ‘신라인’과 마스터프랜차이즈(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과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을 부여하고 로열티만 받는 것) 계약을 맺고 반년 넘게 출점을 위한 준비에 매진했다.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첫 번째 글로벌 편의점 운영사가 되는 셈인데, 30대 미만의 청년층이 절반 이상이라는 점, 근거리 쇼핑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편의점에 대한 수요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GS25는 베트남(2018년)과 몽골(2020년)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말 글로벌 500호점을 달성하며 CU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모습이다. GS25는 직진출(베트남)과 마스터프랜차이즈(몽골) 방식을 모두 경험 중이다. 직진출이란 합작법인을 만들어 자기자본을 투자하는 것으로 수익성은 높지만, 실패 시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없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전형이다.
GS25는 베트남에서 현지 기업인 손킴그룹과 손잡고 지분 30%를 투자해 합작법인을 세워 현재까지 245개의 점포를 열었다. 몽골에선 숀콜라이그룹의 자회사 디지털콘셉트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273개의 점포를 출점했다. 베트남과 같은 직진출의 경우 점포 출점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면서 몽골보다 출점 속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선다면 마스터프랜차이즈보다 더 큰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편의점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2021년 6월), 싱가포르(2022년 12월), 캄보디아에 진출해 있다. CU, GS25보다 동남아시아 공략에는 더 적극적이다. 말레이시아에선 48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고 싱가포르에는 3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각각 5년 안에 300개의 매장을 추가로 출점하는 것이 목표다. 캄보디아에선 내년 상반기 중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5년 내 100개의 매장을 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공략해 한국에서 많이 팔리는 즉석식품을 매개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편의점 기업이 해외 진출 과정에서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CU의 경우 2017년 이란에 진출하며 해외 사업의 첫 포문을 열었지만, 1년여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계약을 체결했던 이란의 엔텍합투자그룹이 미국의 이란경제제재 조치로 인해 가맹금 지급 거부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베트남 진출 역시 2020년 코로나19 변수 발생으로 현지 운영사가 편의점 오픈을 철회하면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GS25도 말레이시아 진출을 타진했지만, 마스터프랜차이즈계약을 맺었던 KK 그룹과 이견이 발생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들 편의점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내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편의점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겼다. 국내 편의점은 1989년 1호점이 문을 연 이후 35년 만에 기하급수적으로 성장, 현재는 5만5000여개로 확대됐다. 점포 수는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과 비슷하다. 일본 인구가 한국보다 2배가량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구 대비 점포 수는 훨씬 앞선 셈이다. 국내 편의점업계서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CU와 GS25는 1만7000여개의 점포를 확보하고 있고 세븐일레븐은 1만4000여개, 이마트24는 6750여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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