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한미약품 그룹 통합…따로가는 주가 이유있네
한미약품, 의사결정 지연 우려로 하락
폴리실리콘과 제약 사업 시너지 입증 과제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구주 인수와 신주 취득을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과 여동생 임주현 사장의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한미약품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봤다. OCI그룹에 대한 여의도 증권가 의견도 엇갈린다. 시너지 효과를 입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보유 중인 현금을 성장성이 큰 신약개발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이슈라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전날 12.76% 오른 4만3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2일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신주 643만주를 발행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신주 발행 가격은 3만7300원으로 기준주가 3만7450원 대비 할인율 0.4%를 적용했다.
OCI홀딩스는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재단법인 가현문화재단 등이 보유한 구주도 취득한다. 계획대로 주식을 취득하고 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주식 27.03%(2065만1295주)를 확보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 임성기 회장 별세 후 상속세 이슈와 맞물려 한미사이언스 형제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났다"며 "앞으로 진행 상황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약품 그룹과 OCI 그룹 통합 시 구체적인 시너지 발생 전략 및 연구개발(R&D) 방향성에 관해서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종윤 사장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대주주 일가에서 반대 의견이 나온다면 지분 맞교환 계약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2%를 보유한 임종윤 사장이 남동생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7.2%),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 등과 연대하면 OCI홀딩스 보유 지분을 넘어선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도 "지분 경쟁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이슈"라고 분석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오른 한미사이언스와 달리 한미약품 주가는 4%가량 하락했다.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경영권 분쟁으로 신약 개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등기임원인 반면,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등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되면서 한미약품 이사회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OCI홀딩스 주가도 4% 내렸다. 태양광 폴리실리콘과 제약 사업은 고유의 전문성이 필요한 산업으로 포트폴리오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단기간 창출될 가능성이 작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한미사이언스 통합에 따른 역량 분산 가능성이 있다"며 "지분 통합으로 단기간 시너지 효과 및 전체 기업가치 재평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6개월 내 시너지 효과 발생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목표주가를 소폭 낮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경영 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업체 가운데 탁월한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고수익성을 시현하고 있다"며 "좋은 M&A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근간"이라고 했다. 이어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경쟁력 있는 바이오 회사를 인수한 것"이라며 "본업의 탄탄함 역시 바뀐 게 없기 때문에 중장기 통합그룹의 성장을 기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 그룹과 OCI그룹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전격적인 통합 발표에 대해 서둘러 의견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대다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단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한미약품 그룹 오너 일가 중 일부만 참여해 의사 결정을 내린 탓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게다가 고 임성기 회장의 신약개발 의지를 바탕으로 성장한 한미약품 그룹에 대한 상징성 훼손 여부도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5년 대규모 기술 수출에 성공하면서 한미약품 주가가 급등했다"며 "빠르게 바뀌는 신약 개발환경을 고려했을 때 한미약품 소액 주주들 사이에서 공동 경영체제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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