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후보 롱리스트 D-1…신뢰 떨어진 후추위 어쩌나
소신껏 절차 진행시 '백지화' 우려 커…정부 입맛 맞추면 '허수아비' 꼴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군 롱리스트 확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선 작업을 주관하는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의 신뢰성이 훼손되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며 향후 절차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16일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후추위는 이날까지 지난 10일 선발된 외부 후보자 15명에 대한 평판조회를 받은 뒤 오는 17일 6차 회의를 열고 ‘외부 롱리스트’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로써 기존 확정된 내부 롱리스트 7명에 평판조회를 통과한 외부 롱리스트까지 포함해 10여명의 내‧외부 롱리스트가 확정된다.
이들은 다시 외부 인사 5명으로 구성된 CEO 후보 추천 자문단의 자문을 거쳐 5명 내외의 ‘숏리스트’로 압축된다. 숏리스트 명단은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후추위는 숏리스트 후보자들을 다시 파이널리스트로 압축한 뒤 심층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해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자가 이사회를 통과하면 3월로 예정된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임 승인 혹은 불승인이 의결된다.
하지만 이런 절차들이 모두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련의 절차를 주관하는 후추위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사내외 이사 12명을 포함한 16명은 경찰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6억8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해외 이사회를 개최하며 ‘호화 이사회’ 논란을 빚은 데 이어, 당시 사용한 비용 일부를 자회사에 나눠 부담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교수 신분인 일부 사외이사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후추위 위원들도 모두 여기 연루돼 있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후추위 주관으로 이뤄진 CEO 선임절차가 모두 무효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과 같이 입건된 사내이사들 중에는 차기 회장 내부 후보자로 유력한 이들도 있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과 그룹 CTO(최고기술책임자)를 겸하고 있는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이상 사내이사), 철강회사 포스코 대표이사인 김학동 부회장(기타비상무이사) 등이 롱리스트 7인에 이름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내부 후보자들은 후추위의 인선 절차를 통해 최종 후보에 오르더라도 낙마할 리스크를 시작 단계부터 안게 된 셈이다.
‘호화 이사회’가 법적 처벌까지 받을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더라도 후추위의 신뢰성은 회복되기 힘들다. 이번 수사 자체가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인선 절차에 대한 ‘외압’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후추위가 소신껏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나올 수 있다.
이미 후추위는 내부 후보군 초기 선정 과정에서부터 포스코홀딩스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의 ‘회장 선출 절차 불공정성 문제 제기’ 이후 내부 후보군 중 평판조회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현직 CEO인 최정우 회장을 배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후추위 위원들과 내부 후보자들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됐으니 외압 의혹은 더 짙어진다. 일각에서는 “이미 정부에서 염두에 두고 있는 후보, 혹은 차기 회장으로서 적합한 조건이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최정우 회장 라인으로 분류될 수 있는 내부 후보자들은 일단 배제해 놓고 봐야 한다는 시그널을 정부가 준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면 후추위가 소신껏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해도 국민연금의 반대에 부딪쳐 CEO 선출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외부 후보자가 최종 후보에 올라 잡음 없이 차기 CEO로 선출될 경우 후추위가 외압에 밀려 허수아비 노릇을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일단 후추위는 ‘호화 이사회’ 논란에 대해 외압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회장 인선 작업을 소신껏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후추위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고 “(호화 이사회 논란은) 후추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끌고 나갈 새 회장을 선출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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