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의 영역 뛰어든 '1800조 사나이'…젠슨 황 '신약' 찍었다
“15년 전 AI(인공지능) 컴퓨팅 혁명을 믿었던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죠. 오늘 결과는 여러분들이 보시는 대로입니다. 신약 개발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AI를 활용한 생명공학 기술은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산업 중 하나가 될 겁니다.”
10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복합문화공간. 검은색 가죽자켓을 입은 남자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떠들썩하던 파티장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AI 시대의 황제’로 불리는 엔비디아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11일 시가총액 1조3500억 달러(약 1780조원)를 돌파,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몸값 비싼 기업에 올랐다.
‘신의 영역’ 뛰어든 ‘AI 황제’
젠슨 황은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가 생성 AI를 활용해 신약개발은 물론, 생명공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픈AI의 생성 AI 모델인) GPT가 등장한 이후 마침내 때가 왔음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개발은 물론 DNA 구조와 수술실 데이터까지 모두 AI와 만나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모든 (생명공학) 실험의 시작과 끝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될 것”이라며 “지금의 방식을 10억 배로 키운다면 우리는 (컴퓨터 위에서) 생명체의 활동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며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앞서 엔비디아는 JPMHC에서 AI 신약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공개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AI에 인간 유전자(DNA)와 단백질 구조·세포 반응을 학습시켜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의료기술 전반에 AI를 활용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 바이오니모가 공개된 8일 이후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3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AI, 세포 단위까지 학습한다
현금을 쓸어 모은 엔비디아는 최근 비상장 회사에 잇따라 투자했는데, 모두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기술을 보유한 곳이었다. 생명공학을 가장 유망한 미래 먹거리로 보고 베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의료 데이터의 90% 이상이 이미지 형태로 저장되고 있고, 이같은 그래픽 처리 기술에 강한 엔비디아가 생명공학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S·구글·IBM도 도전장
엔비디아가 지난해 7월 투자한 리커전도 AI 모델을 통해 현미경으로 본 세포 이미지에서 유의미한 특징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세포 이미지 변화를 AI가 분석해 약물후보에 대한 세포 반응을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엔비디아의 최신 칩 ‘H100’ 500개 이상이 활용된다. 엔비디아로선 생명공학 분야를 새로운 칩 수요처로 확보하는 셈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생성 AI가 올해부터 연구개발에 본격 활용될 것으로 내다본다. 빅테크 역시 최근 신약개발 AI 플랫폼을 잇따라 공개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구글의 AI 전문 회사인 딥마인드는 단백질 결합 구조를 AI로 예측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애플을 밀어내고 시총 1위 자리에 오른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새로운 단백질을 생성하는 AI ‘에보디프’를 공개했다.
“이제 모든 산업이 기술 산업”
30분가량 이어진 대담이 끝난 뒤에도 젠슨 황은 한 손에 와인을 들고 참석자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파티를 즐겼다. “경영에 있어 어떤 기준으로 정보를 판단 하느냐”는 중앙일보 기자의 질문에 젠슨 황은 “중심부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믿지 말라”면서 “주변에서 흘러나오는(at the fringe), 살아 움직이는 정보에 더 집중하려 하는 편”이라 답했다.
샌프란시스코=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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