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시험대 오른 외교안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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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 간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얼마 전 선언했다.
두 달 전 북한 정찰위성 3차 발사 후 우리가 9·19 남북군사합의 1조 3항 비행금지구역 설정 효력을 정지한 데 따른 것이다.
1991년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남북을 '나라와 나라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명시했는데, 이런 관계가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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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 간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얼마 전 선언했다. 두 달 전 북한 정찰위성 3차 발사 후 우리가 9·19 남북군사합의 1조 3항 비행금지구역 설정 효력을 정지한 데 따른 것이다. 6개 항의 군사합의는 5년간 남북 무력 충돌을 방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과거 지속됐던 해상 충돌이 급감한 것은 분명한 순기능이었다. 반대급부로 우리 군의 정찰 능력과 전투력이 약화됐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군사합의 이후 지난해까지 북한이 명시적으로 합의를 위반한 사례는 17건이다. 포 사격 및 포문 개방 금지 위반 등 위반 건수까지 합치면 3000건이 훨씬 넘지만, 손발이 묶인 우리 군의 대응엔 한계가 있었다.
최근 우리 군도 지상·해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 군사합의는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앞으로 남북 간 무력 충돌 개연성은 그만큼 커진 것이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심상치 않은 행보다. 그는 연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교전국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991년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남북을 ‘나라와 나라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명시했는데, 이런 관계가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이다.
노선 변경에 따라 북한 대남기구는 필연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북측은 이미 대남 평양방송을 중단했다. 대표적인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의 업무와 역할도 줄어들고, 그 역할은 외무성이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가들은 특히 김정은이 기존 통일 노선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는 데 주목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김정은의 ‘대한민국=주적’ ‘초토화’ 언급은 남북 대결 구도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며, ‘대사변 준비’ 지시는 남측을 공격해 군사적으로 점령하기 위한 전면전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대남 노선 변경을 천명한 만큼 남북 관계는 과거로 돌아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는 한국에서 4월 총선, 미국에서 11월 대선이 있다. 북한은 의도적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국지적 도발을 계속 이어갈 공산이 크다.
윤석열정부의 한반도 위기관리는 이제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미사일 위협 대응은 물론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해상·지상 도발, 공중도발, 해킹에 대한 대비는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선 안 된다. 한·미·일 공조 외에 중국의 ‘건설적 역할’ 복원에도 진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압도적 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 속에서도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 놓고 무력 충돌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역대 우리 정부는 출범할 때마다 거창한 외교·안보 구상을 쏟아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노무현정부의 동북아균형자론,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3000, 박근혜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한반도신뢰프로세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운전자론이 그랬다. 결과적으론 모두 실패에 가까웠다. 구호보다는 실행이 우선이라는 교훈을 얻은 것은 그나마 성과다. 윤석열정부 3년 차를 맞은 올해 한반도에서 안보 위기가 확산될 것인지, 안정적 관리 국면을 유지할 것인지는 오롯이 윤 대통령과 새로 꾸려진 외교안보팀의 역량에 달렸다.
남혁상 편집국 부국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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