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국내 경기, 연초 고비를 넘어야

2024. 1. 16.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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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졌다.

국내 금융시장만 유독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 쇼크가 증시에 일시 악재로 작용했지만 이보다는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을 둘러싸고 있던 기존 악재들이 다시 부각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국내 대중국 수출 비중이 2023년 12월 19%대로 급감하는 등 중국 의존도는 낮아졌지만 중국 불안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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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국내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졌다. 첫 영업일 산뜻하게 상승 출발했던 코스피는 이후 8영업일 연속 하락해 2022년 5월(2~12일) 이후 1년8개월 만에 가장 긴 내림세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재차 1310원대로 상승했다. 지난해 종가인 1288원보다 20원 이상 상승했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국내만 주가 하락 폭과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 S&P500지수와 달러화지수는 연초 이후 모두 강보합세다. 미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로 인한 연초 주가 조정은 해소됐고 급등했던 미 국채 금리도 안정을 회복했다. 더욱이 일본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 중이다. 올해 들어 닛케이225지수는 6% 이상 상승해 35년 만에 3만5000선을 돌파했다. 국내 금융시장만 유독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 쇼크가 증시에 일시 악재로 작용했지만 이보다는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을 둘러싸고 있던 기존 악재들이 다시 부각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선 국내 금융시장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대외 악재는 중국 리스크다. 어제오늘의 악재는 아니지만 중국 리스크는 무시하기 어려운 큰 악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해진 홍콩H지수가 4년 연속 하락한 데 이어 올해도 12일까지 약 5% 추가 하락 중이다. 중국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을 바라보는 전 세계 시각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일례로 글로벌 자금의 중국 이탈을 의미하는 ‘차이나 런’ 현상이 가속화하는 와중에 미국 연기금들이 중국 투자 비중을 중단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차이나 런이 아닌 차이나 지우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시진핑 집권 3기 이후 노동, 토지, 자산 및 데이터를 국가 주도 통제하에 두는 경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이전과 달리 관심이 집중됐던 대만 총통 선거 결과 친미 성향의 민진당 후보 당선은 양안 및 미·중 간 대립 격화 우려를 자극하면서 중국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 국내 대중국 수출 비중이 2023년 12월 19%대로 급감하는 등 중국 의존도는 낮아졌지만 중국 불안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일본 증시의 강한 랠리, 즉 한·일 간 주가 차별화 배경에는 슈퍼 엔저 효과도 있지만 국내에 비해 중국 경제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국면의 중동 리스크도 국내에 또 다른 공급망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무역 물동량의 16%가 통과하는 홍해와 원유 수입의 72%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에서 동시에 경고등이 켜진 건 사상 처음이다. 자칫 국내 물류 및 수출 운송 차질을 통해 국내 물가와 유럽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내적으로도 예상했던 악재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건설사 부도 리스크는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와 금융 당국 대처로 태영건설 사태는 일단 진정됐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부동산 경기가 재차 악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또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손실도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국내 신용 및 부실 위험은 내수 반등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다행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경기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수출 경기만으로 대내외 리스크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동일 경제권에 있는 일본 증시 호황을 바라만 보는 마음은 씁쓸하다. 국내 경제가 연초 고비를 넘기고 역동하기 위해서는 대외 리스크 해소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자체 체력 강화가 필요하다. 통화 및 재정정책 측면에서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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