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가 우주에 진출한다고? ‘빅블러’ 빨라진다

황민혁 2024. 1. 1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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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융합하는 '빅블러' 현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우주,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바이오 등 미래 유망 분야에서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새 시장이 열리면서 다른 시장에서 활동하던 기업들이 이들 영역으로 들어오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AI, 모빌리티 등 핵심 미래 기술 분야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각축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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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간 경계 무너지고 융합현상
OCI-한미약품 통합, 시너지 효과
미래 먹거리 발굴 빅블러 늘어날 듯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융합하는 ‘빅블러’ 현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우주,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바이오 등 미래 유망 분야에서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새 시장이 열리면서 다른 시장에서 활동하던 기업들이 이들 영역으로 들어오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기존 사업 영역을 벗어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업종 간 구분 자체도 흐릿해지고 있다.

국내 중견 제약사 보령은 최근 기존 주력 사업과 전혀 관계없는 우주정거장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11일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와의 국내 합작법인 ‘브랙스 스페이스’를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브랙스 스페이스는 우주정거장 내 연구·실험 플랫폼 서비스, 한국인 유인 우주 개발 프로젝트, 우주정거장 모듈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한다. 보령 김정균 대표는 2022년 취임하면서 사명에서 ‘제약’을 제외하고, 우주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하나로 합치기도 한다. 신소재·재생에너지 기업 OCI그룹과 신약 개발에 특화한 한미약품그룹은 통합을 결정했다. 두 회사는 지난 12일 그룹 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은 현금성 자산을 1조705억원 보유하고 있는 OCI와의 통합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OCI는 2018년 진출 이후 지지부진한 바이오 사업의 동력을 확보했다. 양사는 기존 포트폴리오에 없는 신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다만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송 회장의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주도한 통합에 장남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이 반발하면서 증폭된 불확실성이 있다.


새로운 먹거리 찾기도 활발하다. 특히 AI, 모빌리티 등 핵심 미래 기술 분야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각축장이 됐다. 삼성전자는 모든 가전제품의 AI화를 사업 전략으로 제시했고, LG전자는 내년 초부터 AI 로봇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른바 ‘중후장대’ 기업들도 스스로를 AI 기업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CES 2024를 찾은 HD현대, 두산, GS, LS 등 국내 굴지의 중공업 회사 총수들은 입을 모아 자사 사업에 AI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한 업종 간 협업도 활발하다. 소니와 혼다는 마이크로소프트·퀄컴과의 협업 계획을 밝혔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협업 범위를 소프트웨어까지 확대하는 중이다.

내수시장 내 빅블러도 눈에 띈다. 보일러 업체 귀뚜라미는 지난해 ‘카본보드 온돌’을 출시하면서 건축자재 사업에 진출했다. 20년 넘게 정체 중인 보일러 시장 밖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다. 이미 건자재 시장에서 활동 중이던 KCC는 실리콘 사업에 진출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15일 “기업들은 빠른 산업 생태계 변화에 불안함을 느끼며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며 “빅블러 현상은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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