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미완의 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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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지막 토요일.
교회 공동체 안에서 만나 결혼하게 된 한 커플의 주례를 했다.
만약 결혼한 이들의 삶이 대부분 행복해 보였다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길을 찾았을 것이다.
고로 이 주례사가 완성되기 위해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가 해야 할 것은, 신앙으로 말미암아 진정한 사랑의 가능성을 누리는 가정, 점점 더 큰 행복을 누리는 사랑의 가정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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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지막 토요일. 교회 공동체 안에서 만나 결혼하게 된 한 커플의 주례를 했다. 그때 나누었던 주례사를 소개해 본다.
“두 사람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나요. 수치로 따지자면 1에서 100 사이 중 어느 정도인 것 같나요. 혹시 100인가요.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절대 아니에요. 무슨 소리일까요. 흔히들 결혼식이 ‘사랑의 고점’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석해버리면 앞으로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정점을 지나 결국 떨어지는 것밖에 없지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결혼을 축하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말합니다. ‘좋은 시절 다 갔다. 서로 구속받을 일만 남았다. 게다가 애 낳으면….’ 과연 이게 맞을까요. 단언컨대 결혼식 시점의 사랑 점수는 최대로 많이 줘봤자 30도 안 됩니다. 호르몬에 이끌려 시작된 사랑과 개인의 숭고한 의지로써 구현되는 사랑은 전혀 다른 것이니까요. 반면 만약 두 사람이 앞으로도 기대하며 사랑을 영글어간다면 지금까지 사랑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들, 100이라는 사랑이 기다릴 것입니다.
결국 시각의 문제입니다. 결혼식을 사랑의 정점으로 보는 이들과, 시작점으로 보는 이들의 사랑은 엄청난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그 시각에 근거해 서로를 어떻게 대할지가 결정될 테니까요. 그런데 두 사람은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사랑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놓입니다. 왜냐하면 우선 두 사람은 충분히 그 사랑의 정체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이란 호르몬에 이끌린 감정적 반응도 아니요 자기중심적 사랑도 아닌 예수께서 보이셨던 사랑입니다. 즉 자신이 아닌 사랑하는 이를 중심에 둔 희생과 책임이 깃든 사랑입니다. 또한 두 사람은 그 사랑을 배우기만 한 것만이 아니라 이를 이뤄갈 만한 신앙적 중심이 충분히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두 사람은 더 사랑할 수 있고 더 높은 단계의 사랑을 누릴 겁니다. 제 기대대로 부디 두 사람은 앞으로 더 풍성한 사랑을 나누고 누리는 그런 부부 되기를 축원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결혼을 격려하고 축복했다. 출발선에 선 신랑과 신부를 위해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축하 자리가 끝난 후 뭔가 찝찝함이 몰려왔다. 분명 용기와 격려를 주는 좋은 말들이 전달된 나쁘지 않은 주례사였다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질문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그리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정말 성경이 말하는 대로의 사랑이 구현될 가능성을 믿고 있는가.’
요즘 젊은이들이 왜 결혼을 잘 하려 하지 않을까. 핵개인 시대로 접어든 개개인의 심리 변화에서부터 주거 안정성에 대한 사회구조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진단이 쏟아진다. 그러나 드러난 현실에서 포착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일 뿐이다. 본질은 단 하나, 즉 결혼한 사람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결혼한 이들의 삶이 대부분 행복해 보였다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길을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기에, 길을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례사는 미완이다. 만약 여기서 그쳐 버린다면 이는 그저 무책임한 종교적 교설에 불과하다. 우리 시대에 사랑의 가능성이란 단지 두 사람의 성경적 믿음과 그에 따른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보고 배울 곳이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고로 이 주례사가 완성되기 위해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가 해야 할 것은, 신앙으로 말미암아 진정한 사랑의 가능성을 누리는 가정, 점점 더 큰 행복을 누리는 사랑의 가정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나아가 그들이 몸담은 교회가 기꺼이 두 사람의 사랑을 키워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많은 그리스도인이 선한 영향력을 바라며 결단하고 기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그쳐선 안 된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사랑의 가능성을 여전히 꿈꾸며 여전히 사랑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 삶이야말로 많은 이들에게, 또한 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손성찬 이음숲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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