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란 커진 비트코인 ETF 거래…제도 정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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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현물 ETF 거래 불허 ‘뒷북 규제’ 논란
투자자 보호, 시장 안정과 함께 새 시장도 잡아야
금융당국의 ‘뒷북 규제’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둘러싼 시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와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 불허 방침을 밝히면서다.
지난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다. 지난해 5월 아크인베스트먼트 등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상장 신청서를 낸 뒤 8개월 만이다. 이후 국내 증권사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국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금융위가 제동을 걸었다. 자본시장법상 비트코인이 ETF의 기초자산에 해당하지 않아, 현물 ETF 거래가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의 거래 불허 방침에 불똥은 여기저기로 튀었다. 당장 독일과 캐나다 등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중단됐다. 국내 투자자는 2021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독일·호주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국내 증권사를 통해 거래할 수 있었다. 이 기간 뒷짐지고 있던 금융당국이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자 거래를 막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뒷북 규제’란 볼멘소리가 나왔다. 현물 ETF 거래 불허에 놀란 증권사가 급하게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까지 중단했지만, 금융위가 선물 ETF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혼선은 이어졌다.
내재가치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암호화폐의 태생적 한계와 약점, 비트코인의 큰 변동성을 감안하면 당국의 신중한 입장은 이해가 된다.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건전성,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문제라는 당국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당국의 ‘뒷북 규제’ 배경에는 막대한 자금 유출의 우려가 있다는 말이 더 설득력 있다.
영국의 금융회사 스탠다드차타드(SC)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올해만 최대 1000억 달러(약 132조원)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투자금을 빨아들일 블랙홀이 될 수 있다. 금융산업 선진화를 내건 윤석열 정부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투자 매력을 높여 자본을 끌어들일 궁리를 하기보다 돈이 빠져나갈 걱정에 거래를 막는 것은 ‘금융 쇄국 정책’이란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
비트코인 ETF를 둘러싼 혼란은 바뀌는 자산의 개념과 돈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금융정책의 난맥상을 드러냈다. 당국이 제도를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지 않았다.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시한은 알려져 있었다. 이제라도 시장과 투자자의 목소리를 듣고 실무 검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금융산업의 새로운 흐름에 도태되지 않으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의 안전성·건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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