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우의 시시각각]신년 기자회견 취소 유감(遺憾)

최민우 입력 2024. 1. 16. 00:29 수정 2024. 1. 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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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정치부장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도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15일 전언이다. 그는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론 내렸다”며 “(기자회견을 대체할) 다른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 주제로 열린 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회견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문답)은 “뭐가 악의적이에요”라고 MBC 기자가 소리친 2022년 11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결국 1년 넘게 끊겼던 언론과의 질의응답을 이번에도 건너뛰겠다는 거다.

「 대통령 재임 2년간 회견 한차례뿐
여사 논란에 국민 소통도 약해져
불의에 맞선 용기, 안으로 향해야

왜 하지 않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김건희 여사 관련 답변이 명확하지 않거나 궁색하기 때문일 거다. 이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했고, 제2부속실 설치나 국회 추천을 전제로 한 특별감찰관 임명은 밝힌 상태다. 그럼에도 김 여사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따갑기에 국민적 반감을 누그러뜨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테면 ‘디올백 의혹’에 대한 진솔한 사과나 후속 조치 등으로 말이다. 다만 이럴 경우 ‘몰카 공작’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있고, 1년 국정 운영에 관한 방향을 알려야 할 신년 회견이 김 여사 의혹으로만 쏠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통령실로선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공식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다른 이유는 총선과의 연계성이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 이후 여권은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고 진단하고 있다. 여권 지지율이 급반등하진 않았지만 ‘한동훈 대 이재명’의 구도로 전환하는 데 일정 부분 성공해서다. 반대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피습에도 부산 홀대, 헬기 특혜 이송 등으로 점수를 잃었다. 이낙연 전 대표 탈당, 공천 적격 논란 등 분열 조짐은 커지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굳이 신년 회견을 열어 ‘김건희 리스크’를 재점화할 필요가 있냐고 여길 수 있다. 일각에선 “총선 때까지 김 여사 공개 일정은 없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대통령도 정치인이기에, 특히 총선 결과가 향후 국정 운영에 결정적이기에 필요에 따라 기자회견을 미룰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언론 패싱’이 이번 한 번뿐이던가. 15일에도 윤 대통령은 생방송으로 중계된 민생토론회에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62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선 민생토론회에서도 “공매도 계속 금지”(4일), “재건축 규제 완화”(10일) 등 화려한 정책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다만 어디에도 많은 이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은 없었다.

2년 전 윤 대통령은 당선 당일(2022년 3월 10일)에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하겠다”고 말했다. 빈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숱한 반대에도 청와대를 떠나 용산으로 옮긴 것도, 기자실을 같은 건물에 배치하고 도어스테핑을 연 것도 대국민 소통을 넓히겠다는 윤 대통령의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어떤가. 취임 2년이 다 돼 가지만 공식 기자회견은 한 번밖에 없었다.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 흔하게 열리던 기내 간담회도 사라졌다. 대통령 말처럼 “언론 지형이 편향”됐고 “가짜뉴스가 범람”한다 해도 취재진을 그저 멀리하는 게 해결책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엄연히 기자회견은 민주국가 지도자의 책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22년 3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윤 대통령은 권력에 굴하지 않는 용기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취임 이후 업적으론 한·일 관계 정상화, 노조 투명화 등이 꼽힌다. 정치인이라면 눈치 보기 급급한 반일 정서라는 금기에 맞서고, 법과 원칙을 무기로 성역화된 민노총과 일전을 불사한 결과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정면돌파에 나서는 승부사적 면모에 국민은 열광했다. 바로 ‘윤석열다움’이다. 그런 ‘윤석열다움’이 이젠 밖이 아니라 안으로 향해야 할 때가 아닐까. 때마침 도어스테핑 중단을 야기했던 '바이든-날리면' 소동도 MBC 패소로 1심 판결이 나왔다. 신년 기자회견 취소가 오보이길 기대한다.

최민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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