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평' 84㎡ 분양가가 44억…강남 뺨친 청약 최고가 '이 동네'
지난 12일 한강변인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옛 한강 호텔 자리에 짓는 포제스한강 아파트의 입주자 모집공고가 발표됐다. 84~244㎡(이하 전용면적) 128가구인 이 단지의 분양가가 3.3㎡당 평균 1억1565만원이다. 국민주택 규모로 ‘국평’(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 가격이 층·향에 따라 32억5000만~44억원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강남에서 거래된 84㎡ 최고 실거래가가 43억9000만원(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이다.
포제스한강 분양가는 임의 분양이 아닌 공개 청약을 통해 공급된 아파트 중 역대 최고다. 지금까지 2021년 6월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가 3.3㎡당 5653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포제스한강과 같은 광진구에선 지난해 7월 3.3㎡당 4050만원이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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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북 한강변 3.3㎡당 1억 넘어
고분양가, 개발이익 파장 우려
상한제 해제, 사전청약도 요인
수요 이탈, 주택공급 악재될 수도
」
3.3㎡당 1억원이 넘는 분양가는 역설적이게도 강남이 아니어서 가능했다.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 지역이 지난해 초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과 용산구만 남겨 놓고 해제됐기 때문이다. 상한제 지역 이외에선 사업자가 임의로 분양가를 정할 수 있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대로 분양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HUG 관계자는 “상한제 지역 이외에선 분양가 심사를 하지 않고 다른 요건이 충족되면 분양보증서를 발급한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과도한 분양가의 파장에 대한 우려가 업계에서부터 나온다. 포제스한강은 높은 분양가 덕에 막대한 개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등기부 등본 확인 결과 한강 호텔 부지와 건물 매입 비용이 2019년 1845억원이었다. 사업자가 지난해 시공사와 계약한 공사비가 1925억원이다. 모집공고 상의 총 분양수입은 8241억원이다. 토지비·공사비의 2배가 넘고 원가보다 4000여억원 많다.
업계 관계자는 “포제스한강의 고분양가가 공사비 급등 등으로 오르고 있는 분양가를 더 부채질할 수 있다”며 "분양가와 업계에 대한 시장의 곱지 않은 시선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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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건축비 상승으로 상한제 가격도 올라
이미 분양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초 3.3㎡당 3000만원이던 서울 강서구 분양가가 지난해 말 5000만원을 넘어섰다. 마포·용산구 등에선 4000만 원대로 올라섰다. 지난달 분양한 마포구 아현동 재개발 단지 가격이 3.3㎡당 평균 4350만원이었다. 84㎡가 15억 원대였다.
땅값과 건축비로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 가격도 뛰고 있다. 이달 말 3.3㎡당 5653만원의 래미안원베일리 인근 잠원동에서 나올 예정인 메이플자이 분양가가 3.3㎡당 6700만원으로 지난달 구청 분양가심의에서 정해졌다. 래미안원베일리에서 13억원대이던 소형 59㎡가 17억 원 선으로 4억원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인근 새 아파트 시세는 내렸다가 제자리인데 상한제 가격이 오르는 이유가 있다. 아파트와 달리 땅값이 계속 상승세를 탔고 건축비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상한제 땅값 감정평가의 기준 금액인 표준지 공시지가가 12% 올랐다. 건축비 기준으로 정부가 고시하는 기본형 건축비는 20%가량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 완화 영향으로 자치단체에서 분양가 심사를 후하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공급하는 공공분양의 사전청약 분양가도 마찬가지다. 서울 마곡지구 내 건물만 분양하는 SH의 토지임대부 59㎡ 분양가가 지난해 9월 3억1000만원(10-2단지)에서 이달 접수하는 16단지의 경우 3억6000만원으로 3개월 새 15%가 넘는 5000만원 정도 올랐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 군부지 분양가가 3.3㎡당 3100만원이다. 지난해 10월 사업자인 LH가 시공을 맡을 민간사업자를 공모하면서 제시한 추정 사업비가 3.3㎡당 2600만원이었다. 2개월 새 3.3㎡당 500만원 상승했다.
위례 A1-14단지 분양가가 3.3㎡당 2600만원이다. 소형인 59㎡가 7억원이다. 이 단지는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 젊은 층에 80%를 우선 공급한다. 5억원까지 연 3% 이하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대출이 많으면 빚에 허덕이게 된다.
상승 여지 많은 사전청약 분양가
게다가 사전청약 때 분양가는 추정치이고 실제 분양가는 훨씬 더 오를 수 있다. 사전청약과 본청약 시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청약 분양가는 추정한 가격으로 본청약 때 확정된다. SH는 그나마 본청약 시점을 기준으로 그때까지 땅값·건축비 상승을 예상해 추정 분양가를 정한다. 마곡 16단지 분양가 상승에는 본청약까지 1년 이상 더 걸리는 시간이 작용했다. 마곡 10-2단지 본청약이 내년 12월이고 16단지가 2027년 2월이다. SH 단지 사전청약 분양가가 이전보다 올라갔지만 본청약 때 실제 분양가와 차이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LH는 현재 기준이어서 본청약 시점이 멀면 분양가가 대폭 오를 수 있다. 대방동 군부지 본청약 예정 시기가 지금부터 6년 뒤인 2030년 1월이다. 앞으로 6년간의 땅값·건축비 상승을 추정하면 본청약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을 넘길 수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사전청약을 서두르다 보니 본청약 시점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달 청약 접수하는 전체 10개 단지 중 6개 단지의 본청약 시기가 2027년 이후다.
분양가 상승에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문제는 수요다. 고물가 시대에 가계는 팍팍하고 시세차익 기대도 줄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주택 수요자가 비싼 가격에 움찔해 분양 시장에서 멀어지면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주택 공급 확대도 발목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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