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의 마켓 나우] 비트코인 ETF 국내 상륙, 생각해볼 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1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을 승인했다. 비트코인 시장에 우호적인 뉴스 같지만 SEC의 발표문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발표문에서 “금속 ETF의 기초자산은 소비자용·산업용으로 사용되는 반면, 투기성·변동성이 큰 자산인 비트코인은 랜섬웨어·자금세탁·제재회피·테러 자금조달 등 불법 활동에도 사용된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한 것이지, SEC가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보증하지는 않는다”면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가상자산 연계 상품들이 지닌 수많은 위험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작년 9~11월까지 비트코인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법화가 원화라면서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한국인 투자자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미한 원화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비트코인 시장에서 원화와 한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은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무엇이 가격을 좌우하는지도 모르는 비트코인에 내국인 자산 노출이 커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정보분석원이 발간하는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보유 중인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2021년 하반기 55.2조원에서 2023년 상반기 28.4조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이중 상당 부분은 가격하락에 의한 자산손실로 추정된다. 무려 27조원에 육박한 돈이다.
미국의 상장 승인 소식 이후 ‘우리나라도 빨리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하는 목소리가 있다. 세 가지 이유에서 아니다. 첫째, 양국의 금융시장은 체급이 다르다.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약 44조 달러, 한국은 약 2조 달러로 미국이 20배 이상 크다. 따라서 위험자산투자로 인한 손실 감당 능력에 차이가 크다. 둘째, 상장하지 않아 우리가 놓친다는 기회의 정체가 추상적이다. 글로벌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시가총액이 약 240조 달러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0.9조 달러다. 전통적인 주식, 채권시장만 놓고 비교해도 비트코인은 0.4% 비중에 불과한 검증되지 않은 자산군이다. 국가적으로 비트코인에 지금 당장 투자를 못 한다고 해서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 셋째, 국내 투자자의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높은 노출도와 아직 실행되지 않은 가상자산보호법이라는 환경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라는 재료로 가상자산업계에서 또다시 투자자를 현혹하려는 움직임이 우려된다. 벌써 블록체인 연관 주가나 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들썩인다. 나라마다 상황과 우선순위가 다른 법이다. 우리가 주체적인 판단으로 정책을 도입할 정도의 체급은 된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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