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라이벌 기업의 다음 승부처
지난 주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 총액이 애플을 넘어서며 상장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이 되었다.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두 기업의 경쟁 역사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시장성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앞서 있던 MS가 애플에 밀리기 시작한 건 애플이 아이폰을 필두로 모바일 기기의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하면서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우위를 지키던 애플이 이번에 시총에서 MS에게 추월당한 이유는 바로 인공지능(AI) 때문이다. 모두가 테크 산업의 다음 성장 동력은 AI라고 말하고 있는데, MS는 챗GPT를 만든 오픈AI에 일찍부터 투자해 지분의 절반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존 상품에 AI의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 기대가 집중되는 것이다.
따라서 애플로선 시총 1위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AI에서 정면 승부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애플의 AI를 대표하는 시리(Siri)가 뒤떨어진 성능으로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라는 것. 물론 애플도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를 훈련 시키기 위해 매일 수십억 원의 돈을 퍼붓고 있다는 뉴스도 나왔고, 지난해 말에는 아이폰에서 대형언어모델(LLM)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애플의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AI를 일상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클라우드 컴퓨터에 연결하는 과정 없이 단말기 차원에서 처리하는 ‘엣지 AI’ 기술을 구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가장 완벽한 모바일 생태계를 갖춘 기업이 애플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예측대로 올해 시리 2.0, 즉 생성형 AI 기능이 포함된 차세대 아이폰이 발표된다면 애플은 다시 한번 MS와 진검승부를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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