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오피스텔만 규제완화…기존 집주인들 볼멘소리
정부는 지난 10일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1~2인 가구에 맞는 도심 내 다양한 유형의 주택공급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건설업계는 환영했지만, 이미 오피스텔을 구입한 소유주는 규제 완화 혜택에서 제외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건설업계 숙원이었던 오피스텔 발코니 설치 허용이다. 오피스텔에는 그동안 발코니 설치가 불가능해 발코니 설치·확장이 가능한 동일면적 아파트와 비교하면 실사용 면적이 훨씬 좁다는 게 한계로 지적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제외된 발코니 확장까지 허용될 경우 오피스텔과 아파트의 상품성에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세제 완화 내용도 담겼다. 향후 2년간(2024년 1월 10일~2025년 12년 31일) 준공하는 전용면적 60㎥ 이하(수도권 6억원 이하, 지방 3억원 이하) 소형 신축 비아파트(오피스텔, 빌라 등)를 취득할 때 취득세가 최대 50% 감면된다. 또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를 산정할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정부가 1~2인 가구 거주 비율이 높은 오피스텔 등의 수요와 공급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세제 완화와 발코니 확장 등으로 상품의 매력을 높여 수요를 진작하면 오피스텔 공급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다.
현재 오피스텔 시장은 ‘미분양’(수요)과 ‘미착공’(공급)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1년 10.89대1이었던 서울 오피스텔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5.97대1로 반토막 났다. 미착공에 따른 인허가 물량이 줄면서 신규 분양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전국에서 분양이 계획된 오피스텔은 6907실로 지난해 분양 실적(1만6344실)의 42% 수준에 그친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도심 비아파트 시장인데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적극 표현한 것”이라며 “사업자들의 숨통이 조금 트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정부 대책에 반발하고 있다. 핵심인 ‘오피스텔 주택 수 배제’가 신축 구입 시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전세사기 등으로 기존 오피스텔 시장은 아파트보다 더 심한 ‘거래 절벽’ 상황에 놓여 있다.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마저 지난해 8552건으로 2022년(1만5321건)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 가격도 약세다. 올해 오피스텔 기준시가(국세청)는 지난해보다 4.77% 하락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존 재고 시장과 신규 시장이 어우러져야 안정적으로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을 통해 오피스텔 시장이 살아날지도 미지수다. 오피스텔 분양가가 이미 아파트 수준 이상으로 크게 올라 투자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음 달부터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라 수요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 투자 수요의 움직임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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