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 ‘일본판 커리’, 미 대학농구판 뒤집었다
“그는 ‘일본판 커리’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최근 미국 대학 농구판을 뒤흔들고 있는 일본인 슈터 도미나가 게이세이(23·네브래스카대·사진)를 이렇게 소개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3점슛 달인’ 스테판 커리(36·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빗대도 부족함 없다는 의미다.
네브래스카대는 지난 10일 열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디비전1 정규리그 경기에서 퍼듀대를 88-72로 꺾었다. 올 시즌 대학 농구 최대 이변으로 불릴 만한 경기였다. 퍼듀대가 전미 대학 랭킹 1위 팀이라서다. 네브래스카에 패하기 전까지 14승 무패였다. 반면 네브래스카는 랭킹조차 받지 못한 약팀이다.
거함 퍼듀를 무너뜨린 주역은 4학년 가드 도미나가였다. 1m88㎝인 도미나가는 대학 최고 센터 잭 이디(2m24㎝)가 이끄는 퍼듀의 2m대 ‘장신숲’을 헤치고 3점포 5방을 포함해 19점을 몰아치는 날카로운 슛 감각을 과시했다. 양 팀 선수를 통틀어 최다 득점이었다. 네브래스카대는 “1982년 이후 42년 만에 랭킹 1위 팀을 상대로 승리했다”며 흥분했다.
일본 나고야 출신인 도미나가는 일본에서 고교를 마친 뒤 뒤늦게 미국으로 건너갔다. 장학금을 받고 네브래스카대에 스카우트됐다. 신장은 큰 편이 아니지만, 3점슛 라인 한참 뒤에서 던져도 골을 터뜨릴 만큼 슛 능력이 뛰어나다. 지난해 7월 한·일 남자농구 대표팀 평가전에 출전해 맹활약하며 한국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도미나가는 미국 적응기는 눈물겹다. 그는 FIBA 인터뷰에서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영어를 한마디도 못 했다. 번역 앱을 써서 대화하며 버텼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훈련은 물론 쉬는 시간에도 공을 놓지 않았다. 덕분에 미국 대학 무대에서도 정상급 가드로 떠올랐다.
동양인 가드가 미국에서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해 2월엔 수퍼스타 스테판 커리로부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커리는 “도미나가, 당신의 플레이에 반했다”고 했다. 그의 꿈은 NBA이다. 그는 오는 5월 열리는 NBA 드래프트에 도전한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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