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뚝’ LG엔솔…그래도 희망은 있다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1. 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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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부진에 판가 하락 여파 지속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준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부진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2022년 1월 상장 후 줄곧 시가총액 2위를 지키던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말 SK하이닉스에 역전당해 3위로 밀렸다. 당장 큰 차이는 아니지만 주가가 오름세인 SK하이닉스와 반대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여름을 기점으로 하락세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시총 2위 탈환을 노리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전기차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니켈과 리튬 등 주요 메탈 가격이 하락하며, 이에 연동한 제품 가격이 내려갔다.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도 줄줄이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유럽 전기차 수요 부진

메탈 가격 하락 심화

1월 10일 한국거래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41만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7월 26일 한때 62만원을 찍었던 주가가 반년 사이 30% 이상 하락했다. 문제는 역시 실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2분기 매출 8조7735억원, 영업이익 4606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도 매출 8조2235억원, 영업이익 7312억원으로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그런데 4분기 수익성이 급감했다. 지난 1월 9일 회사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8조14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이다.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난 것. 지난해 하반기부터 LG에너지솔루션의 수익성 악화를 경고하는 증권가 보고서가 줄줄이 등장했다. 특히 수요와 가격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인 상황으로 접어들며 수익성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요 측면에서는 유럽 내 전기차 판매 부진이 뼈아프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인 독일의 전기차(BEV) 판매량이 5만4684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그 외 영국(-34%), 스웨덴(-37%), 노르웨이(-73%)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구매력이 저하된 동시에 보조금 축소에 따른 수요 감소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럽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독일·영국·프랑스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된 영향이 크다. 독일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조금이 축소되기 시작해 12월에 폐지됐고, 영국은 그보다 빠른 2022년 하반기부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프랑스도 2년 전과 비교하면 보조금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판매가 줄어든 탓에 전기차 재고가 쌓이고,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설상가상 니켈·리튬 등 주요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 특히 리튬 가격은 지난해 내내 하락세가 지속됐으며, 연말로 갈수록 하락폭이 커졌다. 원재료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비싸게 산 원재료로 만든 제품을 싸게 판매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악화된다.

이런 이유로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실적 눈높이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1월 11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실적 추정치는 매출 8조1115억원, 영업이익 5421억원이다. 지난해 9월 이 추정치가 매출 9조4586억원, 영업이익 804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개월 만에 각각 14%, 33%씩 내려간 수준이다. 목표주가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2024년 들어 벌써 하이투자증권(60만원 → 53만원), 다올투자증권(58만원 → 52만원), 신한투자증권(55만원 → 50만원) 등이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내렸다.

향후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낮추는 증권사는 추가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유럽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거나 적어도 지금의 감소폭이 줄어야 하는데, 그 조건을 충족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 발표 후 보고서를 내지 않았지만, 아직은 주가가 조금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LFP 앞세운 中 추격 거세

연말 美 대선 결과 중요

LG에너지솔루션에 닥친 또 다른 고민거리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업체 성장세다. 특히 유럽 시장점유율을 중국 업체들에 내주고 있다는 점이 중장기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가격 부담으로 값싼 LFP 배터리에 대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가 증가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해온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두 회사 점유율이 거의 동일한 35% 수준으로 집계됐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보급형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채택할 계획”이라며 “신차 연구·개발 역시 한국이 아닌 중국 업체들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중국 업체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배터리 업체 중 가장 먼저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전기차용 저가형 LFP 배터리를 2026년부터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 셀 장점을 접목한 전기차용 LFP와 리튬망간인산철(LMFP) 배터리를 개발해 성장이 예상되는 저가 전기차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며 “LFP 배터리와 LMFP 배터리를 각각 오는 2026년과 2027년에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26년 이후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다. 특히 올해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전기차와 배터리업계 방향성이 또다시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현재 조 바이든 정부에서 강조하는 친환경 정책이 상당 부분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보조금 지급이나 해외 업체들의 미국 진출 등 여러 방면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배터리업계는 여러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변화폭이 상당히 클 것이다. 만약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현재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친환경 정책이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다. 미국 대선 결과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3호 (2024.01.17~2024.0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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