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윤관석, 송영길에 돈봉투 10개 보이고 '잘 전달하겠다' 말해"
검찰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4일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송 전 대표가 청탁을 받은 장소와 청탁을 들어주기 위한 과정을 상세히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돈봉투 살포 혐의와 관련해선 부외 선거자금 마련 및 금품 살포 정황을 보고받고 “잘했다”고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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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호텔서 여수산단 소각장 신·증설 허가 청탁받아”
15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2021년 6월 26일 서울 여의도 IFC 근처 호텔 식당에서 여수 사업가 박모씨 측으로부터 여수국가산업단지 소각시설 신설 및 증설 허가와 관련한 청탁을 받았다. ‘소각처리시설 증설 및 신설 사업과 관련한 여수국가산단 개발계획변경 허가 신청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주도록 신경써 달라’는 게 공소장에 기재된 청탁 요지다. 청탁이 오간 자리에 송 전 대표의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 후원금 업무를 담당하는 상임이사가 배석했다고도 밝혔다. 박씨는 청탁과 함께 송 전 대표 측에 허가 업무에 관계된 국토교통부 담당자들의 연락처와 ‘국토부 협의 진행상황 및 조치건의’ 등 내용도 전달했다고 한다.
이후 송 전 대표는 국토부 국장 출신인 민주당 정책전문위원 김모씨를 대동하고 2021년 7월 17~18일 ‘강진 수해 지역 및 고흥 나로우주센터 방문’ 일정차 전남 지역으로 내려갔다. 당시 청탁인 박씨가 7월 17일 광주공항과 7월 18일 여수공항에서 각각 송 전 대표를 마중하고 배웅하면서 만났다고 한다. 송 전 대표가 그자리에서 “(김씨가) 국토부 국장까지 지낸 분인데 앞으로 도와주실 분”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두 사람을 소개했다고 한다.
공소장에는 김씨가 이후 박씨의 청탁을 실제 이행하려 한 정황도 담겼다. 김씨가 2021년 7월 23일~2021년 9월 6일까지 소각처리시설 허가 신청과 관련한 국토부 담당자들에게 12차례 전화해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잘 검토해달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신속히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는 것이다. 또 2021년 8월 3일엔 여의도 인근 중식당에서 박씨 측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파악한 상황을 공유해주고 조언도 했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박씨가 2021년 7월 28일과 8월 18일 먹사연에 후원금 명목으로 각각 2000만원씩 모두 4000만원을 전달한 데 대해 송 전 대표엔 뇌물, 박씨에겐 뇌물공여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송영길 유튜브서 “친구 김씨가 부탁 받고 민원 알아본 게 죄냐”
돈봉투 살포자인 윤관석 의원이 2021년 4월28일 돈봉투 10개를 1차로 살포한 직후 추가로 돈 봉투 10개를 전달받아 2차로 살포하기 전 송 전 대표에게 보여줬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들어갔다. 윤 의원이 당시 경선 캠프 사무실에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부터 봉투 10개를 전달받았고, 이후 송 전 대표를 만나 종이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의원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얘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이 외에 2021년 3월 24일 “조직본부에서 지역본부장 등 선거운동관계자들에게 나눠 줄 자금을 마련해, 가져다주겠다”는 계획을 설명 듣고선 “잘했다”고 칭찬하며 금품 제공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살포는 물론 소각장 인허가 뇌물수수 의혹에 관련해서도 자신은 “알지 못했다”고 부인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14일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에서 뇌물 의혹에 대해 “4000만원에 직무상 양심을 팔지 않는다”며 “먹사연에 박씨가 후원금을 넣었다는 사실을 제가 알지 못했다. 제 친구 김씨가 박 전 회장의 청탁을 받고 민원을 알아본 것이 죄냐”라고 주장했다. 이날 돈봉투 의혹에 대해서도 “정치적 책임은 지겠지만, 일관되게 알지 못했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 측 선종문 변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 진술 조서가 재판 증거로 채택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송 전 대표를 구속기소한 검찰은 지난 10일 임종성 민주당 의원을 소환하는 등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의원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허정원ㆍ김정민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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