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피 땀"…현대차 노조, 새해부터 '특별성과급' 요구 왜
고령화, 전동화에 고민거리 늘어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동조합이 새해 초부터 사측에 특별성과급을 요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 발행한 소식지 1면을 통해 “2023년 역대 최대 실적에 따른 특별성과급을 요구한다”며 “최대 실적은 조합원이 흘린 피와 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아 노조도 11일 노조 소식지에 “최대 실적에 맞게 특별성과급을 당당하게 요구한다”고 적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730만2451대를 팔아 연간 판매량이 전년(684만4719대) 대비 6.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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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심각한 노조
현대차 노조 내부를 살펴보면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경험한 노동운동 세대의 은퇴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2022년 연말 기준으로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4만3000여명 수준인데 이중 절반 이상(2만8000여명)이 기술직으로 노조의 주축이다. 그런데 이들 기술직은 매년 정년퇴직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 2023년~2025년(6000명), 2026~2030년(7830명)으로 2032년까지 1만5500명이 노조를 떠날 예정이다.
여기에 전동화 전환 추세도 조합원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내연차 1대에는 3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전기차에 필요한 부품 수는 1만9000개로 내연차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전동화가 확산할 수록 공장 생산 인력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년퇴직으로 인한 노조원 감소와 전기차 전환으로 향후 10년간 국내 자동차 노사 관계도 크게 변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조가 당장의 현금 보상을 선호하는 젊은 직원들의 요구에 맞춰 특별성과급을 우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특별성과급은 노조가 먼저 요구한 보상 방식이 아니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21년 말 일반 및 연구직 일부 고성과자에게 500만원을 지급한 게 특별성과급의 시작이다. 매년 임금 협상을 통해 일괄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관행을 깨고 성과주의를 확산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현대차그룹은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롭게 썼고 매년 초 임직원에게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3월 각 사 임직원에게 특별성과급으로 현금 400만원과 자사 주식 일부를 지급했다.
현대차 노조가 단일 노동조합 중 최대 규모인 금속노조의 대표격인 만큼 여타 노조로 현금 보상 방식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현대차그룹 내 현대모비스 노조 등에서도 특별성과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조선업 등 관련 업계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자동차 노조들도 변하나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노조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태동한 미국에선 양산차 노조의 활동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제너럴모터스와 포드가 중심이 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미국 내 테슬라·혼다·폭스바겐 공장 등에서 노조 조직에 나섰다. UAW는 지난해 연말 “폭스바겐과 혼다 등이 노동조합 결성을 불법적으로 방해했다”며 노동 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미 조지아주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는 현대차도 이런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노사 관계도 달라질 것”이라며 “노조의 투쟁 방식도 공정한 평가 도입과 같은 직장 문화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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