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험한 극초음속 도발, 더 위험한 건 '탄도와 섞어쏘기'
#.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최대 사거리 5000㎞)이 동시에 각기 미국의 괌 앤더슨 기지와 일본의 오키나와·요코스카 주일미군 기지를 폭격한다. 북한이 기어이 속도 마하 10(시속 1만2240㎞) 이상을 거뜬히 넘어서는 ‘게임 체인저’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현재 배치된 요격체계로는 제대로 잡아내기 버겁다. 이런 ‘섞어 쏘기’에 미국의 전략 폭격기인 B-52 , B-1B 등이 괌·오키나와에서 제때 출격하지 못한다.
#. 후방 지원 전력의 발을 묶은 북한은 그 사이를 노려 다연장 로켓포(방사포)·자주포·KN-23 단거리 미사일 등을 총동원해 서울을 비롯한 남한 전역을 타격한다. 한·미는 장사정포 방어체계(LAMD)와 패트리엇·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등 방어 체계를 총력 가동하지만, 수만 발의 포탄과 중·단거리 미사일을 모두 막지는 못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체연료까지 적용한 ‘단거리·중거리·장거리’ 3층 구조의 미사일 전력을 완성하게 된다는 전제 하에 한·미가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가상 시나리오를 상정한다면 이런 그림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이는 김정은에겐 최상의 시나리오가 된다는 뜻이다. 단 한 발의 미사일만 수도권에 떨어져도 인명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여기에 전술핵탄두 탑재 가능성까지 가정해야 할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한국의 상공에서 전술핵을 폭발시켰을 경우 살상력을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공중폭발 실험을 감행했다.
연초 “무력 충돌의 기정 사실화”, “남한 영토 평정” 등 김정은의 말폭탄 이후 북한은 14일 새해 첫 미사일 도발로 중거리 미사일을 택했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번 시험 발사는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의 활공 및 기동 비행특성과 새로 개발된 다계단 대출력 고체 연료 발동기들의 믿음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뒀다”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북한이 처음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에도 고체 연료 추진체를 활용해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고체 연료는 연료 주입 기간이 액체에 비해 짧고, 은밀한 기동이 가능하다. 정찰 위성 등으로 사전 탐지가 어려운 만큼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고, 한·미는 그만큼 대비가 어려워진다.
앞서 북한은 2021년 9월 첫 시험에 이어 2022년 1월 두 차례 등 총 세 차례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했다. 당시엔 모두 액체 연료를 활용했는데, 이번에 진일보한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북한이 15일 공개한 전날 시험 발사 사진을 보면 극초음속 미사일이 1단·2단으로 구성된 게 눈에 띈다. 다단 추진체를 쓰면 사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어 미국령 괌까지 사정권에 두게 된다. ‘고체 연료를 활용하는 IRBM급 극초음속 미사일 확보’를 북한이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앞서 북한은 첫 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 성공 뒤 괌 앤더슨 기지를 촬영했다고 과시했는데, 사실이라면 눈과 주먹을 차례로 갖춰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괌 타격을 목표로 하는 화성-12형을 고체 엔진 탄도 미사일로 전환하는 한편 극초음속 활공체와 결합, 요격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도 “이번 시험은 극초음속 미사일보다는 IRBM 1단용 고체로켓 개발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고체 추진제 기반의 부스터를 사용하는 극초음속미사일과 동시에 IRBM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와 같은 전력을 완성하면 북한이 화성-12형 같은 기존의 IRBM 전력에 더해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까지 이른바 ‘다차원적인 포화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탄도 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의 ‘섞어 쏘기’로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키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여기다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 활공체를 탄두에 장착하면 위력이 한층 더해지게 된다. 합동참모본부와 군 관계자들도 이번 미사일이 극초음속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합참은 사거리를 1000㎞, 일본 방위성은 500㎞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한·미·일은 지난 12월 19일부터 미사일 경보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오고 있다. 수치가 약간 다른 건 각국의 분석 차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한·일 간 거리 계산이 달랐다는 설명인데, 이는 포물선 형태로 날아가는 일반적인 탄도 미사일이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이는 고도 70㎞까지 올라갔다가 30㎞로 활공(하강)하는 단계에서 마하 5(시속 6120㎞) 이상 속도로 방향을 갑자기 바꾸는 ‘회피 기동’이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특성 때문이었을 수 있다. 지상 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는 ‘깜깜이 구간’이 늘어날수록 정확한 사거리를 계산하는 게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다만 반드시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니라도 기동형 재진입체(MaRV) 탄도미사일 등의 경우 비행 궤도를 중간에 변경할 수 있는 만큼 군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확한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공개한 보도를 보면 기술적 완성도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1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우리 군은 북한의 다양한 미사일 위협 억제·대응을 위해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실행력을 제고하고, 한국형 3축체계 등 자체적인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만약 북한이 우리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을 할 경우에는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에 따라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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