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고비 넘겼지만…건설·부동산 부실 지표, 2금융권 중심 흔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개시로 고비는 넘겼지만, 건설·부동산 전반의 금융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고금리·경기 부진이 겹친 두 업종의 대출 연체율 등 부실 지표가 2금융권을 중심으로 몇 년 사이 가장 안 좋은 수준을 보여서다.
15일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580조8000억원) 대비 4.8% 늘어나면서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2년 새 비은행권(저축은행·보험사 등 합산)의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24.9% 늘었다.
또한 지난해 3분기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5.51%, 3.99%로 나왔다. 2015년 집계 시작 이후 가장 높다. 전년 동기(건설업 1.77%, 부동산업 1.55%)와 비교해 3배 안팎으로 뛰었다. 그만큼 대출 상환이 밀리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적은 은행권도 연체율이 올라가는 추세다.
대출 연체 3개월 이상으로 회수에 문제가 생긴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의 경우 건설업이 7.34%, 부동산업이 5.97%에 달했다. 1년 전보다 각각 3.3배, 2.4배로 높아졌다. 건설업은 약 6년, 부동산업은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따라 한은은 건설·부동산업에 닥친 금융 리스크를 적극 챙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선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비은행권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하방 리스크를 감안하면 연체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안정 보고서에서도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많은 예금취급기관은 리스크를 적극 관리해야 한다. 부실자산 매각 등을 통한 관리에 소극적으로 임하면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2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으로의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태영건설 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 등이 확인되면 건설·부동산 시장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여전하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를 통해 건설 투자 부진에 대한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부동산 PF 등의 구조조정에 가속을 붙여야 한다. 업계가 금리 인하 가능성만 믿고 부실 사업 옥석 가리기를 미루면 태영건설 이상의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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