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목표는 현실이 된다... 현대차의 다음 CES가 주목되는 이유 [기자수첩-산업IT]
자동차 넘어선 현대차의 꿈… 모터쇼 불참 이유 있었다
"다음 CES선 뭘 보여줄까" 업계 주목도 높아져
'이게 말로만 듣던 CES구나.'
지난 10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의 미국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독립법인 슈퍼널이 공개한 실물 크기 기체가 눈앞에 펼쳐지자 비로소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여준다던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 'CES'의 명성은 4년 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수직으로 이착륙하며 하늘을 날게 될 에어택시의 실물을 보고나서야 피부로 와닿았다.
인천공항에서부터 꼬박 20시간에 걸쳐 그 대단하다던 CES를 취재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지만, 발을 디디고 서있는 곳이 라스베이거스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만든 것은 한국 기업인 현대차그룹이었다. 아직 전기차 전환조차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에 전기차는 한참이나 지난 일이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올해 CES 무대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년 전 발표해 업계의 의문을 불러일으켰던 목표가 현실에 가까워졌다는 점에 있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이던 무려 4년 전, CES 2020 무대에 직접 올라 UAM(도심항공 모빌리티) 비전을 처음으로 내놨다.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을 만들겠다는 자동차업체의 당찬 포부에 당시 업계에선 대놓고 의문을 제기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CES2020 기조 연설자로 올라 현대차가 발표한 UAM 사업을 두고 시기상조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행보에 의문을 자아낸 건 UAM 뿐만이 아니었다. 2020년 CES가 막을 내린 직후 그는 한국에 돌아와 수소 도시를 구축하겠다며 수소차 '넥쏘'의 판매 목표 1만대를 발표하고 나섰다. 전기차 라인업조차 제대로 꾸려지지 않았던 2020년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비전을 무리수라 여긴 것은 비단 벤츠뿐 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슈퍼널의 AAM의 실물 크기 기체 공개에 이어 수소 역시 올해 CES에서 보란듯 구체화됐다. 현대차는 올해 전시관의 대표 주제로 수소를 낙점하고, 수소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수소를 앞세우는 바람에 현대차 전시관에선 자동차 한 대 찾아볼 수 없었지만, 현장에선 현대차의 전시를 보기 위해 1시간을 대기해야 할 정도로 긴 줄이 늘어섰다.
오랜 시간 기다려 현대차 전시를 관람한 누군가는 자동차 하나 없는 전시관을 보고 또 다시 의문을 제기했을 지 모르는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소는 UAM 실물 기체처럼 눈으로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 영상 또는 모형들로 전시관이 채워졌다.
올해 정 회장이 앞세운 수소 밸류체인은 4년 전 제시했던 '수소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전략'이 구체화 됐을 뿐, 전시관만 둘러봐서는 여전히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CES에 참가한 모빌리티 업체가 모두 현대차그룹 같았던 것도 아니다. 여전히 올해 대부분 전시관엔 전기차가 등장했고, 자동차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미래 신기술들이 주제가 됐다. 4년 전 UAM 모형을 전시했던 현대차그룹은 올해도 마치 모빌리티 관에서 혼자 주제를 벗어난 미꾸라지처럼 보였을 지 모른다.
그럼에도 앞으로 현대차가 보여줄 CES 무대를 상상하면 우려보다는 기대가 앞선다. 마치 뜬구름처럼 보였던 UAM을 실물로 증명했 듯, 올해 정 회장이 내건 수소 밸류체인은 분명히 몇년 후 전기차 만큼이나 가까운 현실이 되지 않을까.
거대한 CES 전시장의 조명과, 물류와, 인원 이동을 수소에너지가 책임지고, 그 에너지의 원천을 따라가 보니 자연스럽게 현대차 전시관에 도달하는. 202X년의 CES를 상상해본다. 글로벌 유명 모터쇼에는 불참했으면서, CES 무대에선 수소를 외치는 희한한 자동차업체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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