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방러...북 '극초음속 미사일 도발'은 무기판매 시연용?

박현주 2024. 1. 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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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는 지역의 정세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행됐다." (조선중앙통신, 15일)

북한이 14일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하고 이튿날 이같이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서는 ▶자체 무력 개발 시간표 ▶대러 '무기 세일즈' 본격화 ▶'트럼프 귀환'에 대한 기대 등 3대 변수가 복합 작용하며 올해도 '몸값 올리기' 목적의 도발을 계속할 전망이다.

북한이 전날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주변 정세 무관" 궤변


북한의 도발은 대만 총통 선거에서 12년 연속으로 친미·반중 민진당 성향의 지도자가 들어서게 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중국이 선거 결과가 확정된 직후 "조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와중에 북한은 대만은 물론 괌 미군 기지까지 사정권에 넣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쐈다. 북ㆍ중 밀착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 신냉전 구도에서 확실한 존재감 부각을 시도해 놓고선 마음에도 없는 "정세 무관"을 외친 셈이다.

또한 북한은 전날 시험 발사가 "주변 국가의 안전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또한 정세 격화의 책임을 한ㆍ미에 돌리는 전형적인 사실 왜곡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김정은이 직접 나서 "전쟁 준비", "남조선 전 영토 평정"을 외치며 대남 위협을 노골화하는 것과도 이날 주장은 모순된다.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은 전 지구적 위협"이라며 국제 연대를 촉구하는 정부의 노력을 반박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관련 뉴스를 지켜보는 모습. 뉴스1.


북한은 또 "이번 시험이 미사일 총국과 산하 국방과학연구소들의 정기적인 활동의 일환"이라며 '마이 웨이'를 강조했다. 주변 정세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궤변과 동시에 '자체 시간표'에 따라 무력을 증강한다는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이다. 극초음속미사일은 김정은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의 주요 과업 중 하나다.


올해도 '믿는 구석'은 러시아


공교롭게도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 당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15~17일 일정의 2박 3일 방러길에 올랐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최선희 외무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정부 대표단이 러시아 방문을 위해 14일 평양에서 출발했다"며 "박철준 외무성 부상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블라디미르 토페하 임시 대리대사, 발레리 이사옌코 무관이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최선희를) 환송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최선희 방러에 맞춰 북한산 무기의 '신뢰성'을 부각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전날 시험발사를 두고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의 활공 및 기동 비행 특성과 새로 개발된 다계단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들의 믿음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 무기의 최대 '바이어'이자 '첨단 기술 공급원'으로 급부상한 러시아를 외무상이 직접 방문하기에 앞서 북한산 무기의 "믿음성을 확증"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열린 기회의 창을 놓치지 않고 다양한 무기의 진전도를 높여 러시아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는 '무기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이는 반대급부로 러시아의 기술 이전을 통한 완성도 보완을 노리는 측면도 있다. 특히 극초음속 무기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러시아가 세계 최고"라고 과시했을 정도로 러시아의 기술이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은 직접 러시아산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찰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악수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최선희 외무상의 이번 방러를 통해 양국 간 군사 협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방북 당시 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선진과학기술' 협력 사업을 주요 의제로 올리고 러시아의 신무기 기술 이전과 북한의 재래식 무기 공급을 논의할 전망이다.


'선거의 해' 몸값 올리기


해안포 사격과 극초음속미사일로 첫발을 뗀 올해 북한의 도발은 오는 11월 미 대선까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북한의 대남 심리전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북한의 도발은 대북 확장억제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바이든 미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노리는 목적이다. 미국 내에선 공화당의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내가 재임할 때는 북한이 달랐다. 김정은은 날 좋아했다"고 주장하고, 국내에서도 민주당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 당시 평화 국면이 이어졌다며 "정부가 전쟁 공포를 조장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북한으로선 도발 수위를 올려 한ㆍ미 야당의 주장에 힘을 싣고 내부 갈라치기를 시도하기에 현재의 선거 국면이 적기인 셈이다. 최근 이어지는 각종 도발과 호전적 메시지도 올해 말 미국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후 협상 재개 시 몸값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회담하는 모습. 스트레이츠타임스. 연합뉴스.


특히 새해 첫 탄도미사일 도발로 사거리 3000~5500㎞의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고른 건 다분히 미국을 겨냥하는 목적이 크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반도를 넘어선 표적에 대한 공격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로 주일 미군기지나 미국의 전략 핵폭격기 기지인 괌 타격에 사용할 수 있는 미사일을 통해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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