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엑스포 유치 캠페인 뼈아픈 반면교사

2024. 1. 1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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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열망했던 2030 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한 캠페인의 대장정이 너무나 실망스러운 결과로 끝났다.

기대했던 2차 표결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119대 29라는 지지표 차이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캠페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을 전 세계와 공유하고 부산이 글로벌도시로서 브랜드파워를 높인 것은 물론 지난 수십년간 소원했던 많은 나라와의 의미 있는 교류가 시작된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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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열망했던 2030 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한 캠페인의 대장정이 너무나 실망스러운 결과로 끝났다. 기대했던 2차 표결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119대 29라는 지지표 차이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충격에서 벗어나서 냉철하게 캠페인 과정을 점검해보고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종합적으로 짚어야 할 시점이 왔다. 앞으로 계속될 국제무대에서의 유치 성과를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2030 엑스포 유치는 처음부터 상당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오일머니의 위력을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었다. 따라서 유치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실패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캠페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을 전 세계와 공유하고 부산이 글로벌도시로서 브랜드파워를 높인 것은 물론 지난 수십년간 소원했던 많은 나라와의 의미 있는 교류가 시작된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큰 수확이다. 문제는 그 심각한 격차가 왜 생겼는지 그리고 그 격차를 왜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는지이다. 이를 단순히 경쟁국의 오일머니 위력만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교섭 지원을 위해 시민대표로서 부산을 알리는 캠페인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자책과 함께 느낀 금번 캠페인의 아쉬운 점 몇 가지를 짚고자 한다.

첫째는 교섭 컨트롤타워의 교섭 전문성이다. 외교 교섭은 오랜 경험과 판단력에 입각한 지휘 체제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지지표 분석 시 상당수의 국가가 이중약속을 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지지 의사 표시국 중 20%는 빼야 한다는 것은 외교부 내에선 상식이다. 이러한 경험에 입각한 외교부의 판세 분석이 힘을 얻지 못하고 집단적인 희망스러운 사고 속에 묻히면 냉철한 판단이 어려워진다. 뜨거운 가슴과 열정만 있다면 현실감각은 사라지고 냉철한 분석은 패배주의로 매도되면서 그 결과는 심각한 오판으로 이어진다.

둘째 내러티브 즉 메시지의 중요성이다. 이번 캠페인에서 우리 내러티브 중 하나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유일한 나라이며 성공한 나라로서 국제사회를 돕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산주의와 독재를 이겨낸 나라로서 전 세계의 자유민주주의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메시지였다. 첫째 메시지는 중국과 인도 등 이미 여러 나라가 개도국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지 오래이므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리고 성공한 나라라는 것은 남들이 칭찬해 주어야지 스스로 성공한 나라라고 내세우면 오만하게 보인다. 어떤 특사는 빈곤국에 교섭하러 가서 우리의 성공을 배우라고 다그쳤다는 믿기 어려운 일도 있었다. 두 번째 메시지인 자유민주주의도 응당 우리가 자긍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180개국 중 자유민주주의 나라가 소수인 점을 고려해볼 때 보편적으로 강조할 메시지는 아니었다. 엑스포 유치를 위한 캠페인이지 자유민주주의 캠페인이 아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교섭의 방식이다. 공감대 형성과 소통에 유능한 사람을 상대국에 맞춤형으로 선발하고 맞춤형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상대국과의 인연, 고위층과의 교분, 믿음을 얻을 수 있는 인사를 찾아내고 활용하는 노력도 아쉬운 부분이다. 교섭에 도움이 된다면 민간은 물론 외국 컨설턴트라도 아주 폭넓게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상기 문제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가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캠페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국격을 더 올리면서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었을 것이고 전 국민에 과도한 기대로 인한 실망감은 덜 주었을 것이다. 미래에 뼈아픈 반면교사가 되어야겠다.

박은하 전 주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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