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622조원 투자…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강희종 2024. 1. 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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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 '반도체 민생토론회'개최
판교 'AI'·수원은 '화합물 반도체' 거점으로
2047년까지 16개 제조 시설 건설
경제효과 650조·일자리 346만명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4.1.15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부와 민간이 판교·수원·용인·이천·안성·평택·화성 등 경기 남부에 세계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반도체 클러스터(집적 단지)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을 투자해 16개의 팹(fab·반도체 제조 시설)을 새로 짓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경기 수원에 있는 성균관대에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열린 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총 622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앞으로 20년에 걸쳐 양질의 일자리 300만개가 새로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은 어느 산업보다도 민생을 풍요롭게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토론회에는 지역 주민·반도체 업계·학생·젊은 연구자 등 110여명이 모였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경기 남부의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밀집한 지역 일대를 말한다. 현재 19개의 생산 팹과 2개의 연구 팹이 몰려 있다. 민간은 이곳에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을 투자해 16개(생산 팹 13개·연구 팹 3개)의 팹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이 중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만 500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용인 국가 산업단지(팹 6개·300조원), 평택 일반산업단지(팹 3개·120조원), 기흥 연구개발센터(연구용 팹 3개·20조원)를 새로 짓는다. SK하이닉스는 용인 일반산업단지에 122조원을 투자해 4개의 팹을 신규 건설할 예정이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2102만㎡ 면적에 2030년 기준 월 77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곳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2㎚ 이하 시스템 반도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하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650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346만명의 직·간접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올해 반도체 수출 1200억달러, 민간 투자 60조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공장을 세우면 설계·디자인·후공정 기업과 연구개발(R&D) 시설 등 반도체 생태계가 형성되고 전기·용수 관련 인프라 건설, 협력업체의 동반 투자로 이어진다"며 "결국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이렇게 되면 지역 상권이 활기를 되찾고 촘촘히 연결된 공급망이 구축된다"고 말했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10% 달성"

정부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 것은 주요 경쟁국들이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 세액 공제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클러스터 구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 기반과 협력 업체 간 가치 사슬 연계, 인재가 함께 모여 있어야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클러스터 조성은 꼭 필요하다.

일본은 구마모토현을 반도체 산업 재건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있다. 대만은 TSMC 신주과학단지와 주변을 묶어 ‘대실리콘밸리’ 조성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CSA)을 통해 39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전 국토의 클러스터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인프라·투자환경, 생태계, 초격차 기술, 인재 등 4가지 중점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현재 새로 조성 중인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에 전력과 용수를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총력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도입한 인허가 타임아웃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한편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을 통해 송전선로 건설 기간을 30% 이상 단축할 계획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계획

정부는 올해 반도체 예산을 2022년보다 2배 늘어난 1조3000억원을 편성해 투자 환경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또 첨단 산업 규제 지수를 도입하고 국무총리 주재의 국가 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통해 킬러 규제 혁파에 나선다.

소재·부품·장비 업계의 숙원 사업이었던 양산 검증 지원을 위한 테스트베드도 2027년 완공 목표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총사업비 9000억원 규모로 용인 클러스터 내에 구축된다. 아울러 올해 2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 유치 인센티브(현금지원)를 활용해 글로벌 톱10 장비 기업의 R&D 센터를 유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3% 수준인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10%로 확대하고 글로벌 매출액 상위 50개 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10개를 육성(현재 1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수요기업·팹리스 간 기술교류회를 신설해 팹리스의 일감 확보를 위한 네트워킹 활동을 지원하고, 팹리스가 개발한 칩 성능 검증을 위한 검증지원센터를 신규로 구축할 계획이다.

팹리스 시제품 제작비 국비 지원 규모 2배 확대, 첨단 칩 개발 지원을 위한 초미세 공정 국비 지원 트랙 신설,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의 시제품 제작 개방 횟수 확충 등도 병행한다. 대출·보증을 우대 지원하는 정책금융을 전년 6조6000원에서 향후 3년간(2024~2026년) 총 24조원으로 확대한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영국·네덜란드 등 글로벌 반도체 동맹과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계기로 발표한 약 1조원 규모의 삼성전자와 ASML 간 공동 R&D 센터 국내 건립과 관련해 입지 선정 등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판교는 AI·수원은 화합물 반도체 거점으로

판교, 수원, 평택은 지역 특성에 맞게 연구개발(R&D)·교육 거점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팹리스 기업이 밀집된 판교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저전력, 고성능의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 및 실증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산 AI 반도체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고, 이를 데이터 센터에 적용해 AI 반도체의 기술과 성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또한, 고도화된 국산 AI 반도체에 특화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약 1조원 규모의 ‘K-클라우드’ 기술개발 예비 타당성 조사도 추진 중이다.

성균관대, 경희대, 아주대 등 반도체 관련 대학과 한국나노기술원 등이 소재해 있는 수원은 화합물 반도체 기술 거점으로 발전시킨다.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전력 효율과 내구성이 뛰어난 반도체로 고온·고전류·초고속이 필요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향후 성균관대 근처에 조성될 ‘R&D 사이언스 파크’는 경기도의 실리콘 밸리로서 반도체 산학연 협력의 구심점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평택 캠퍼스 위치 및 조감도

평택에는 총 5000억원을 투자해 카이스트(KAIST) 평택 캠퍼스를 2029년까지 설립하고, 카이스트 차세대 설계 연구센터와 소자 연구센터를 구축한다. 카이스트 평택 캠퍼스에서는 매년 1000명 규모의 반도체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연구기관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첨단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반도체 실무 인력 3만명 양성

정부는 반도체 계약학과 및 계약정원제, 반도체 특성화 대학, 반도체 아카데미 등의 교육과정을 통해 학사급 실무 인재를 올해 약 3만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 AI 반도체 대학원,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 BK21 교육연구단 등 R&D 기반의 인력양성 과정을 확대해 석·박사급 고급인재를 약 3700명을 배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이언스 카드 비자 기간 확대 추진(현 1년 → 최대 10년), 외국인 거주 원스톱 지원 등 제도개선을 통해 해외 연구자의 국내 유입을 촉진한다. 정부는 국내 연구자의 해외 연구기관 파견을 2027까지 2060명으로 확대하는 등 인력 교류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반도체는 AI·디지털, 통신, 양자, 바이오 등에 적용되는 핵심기술이자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며 "초격차 기술과 우수한 전문 인력 확보를 통해 국가 간 반도체 경쟁에서 확실하게 앞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 1위 산업인 반도체 경기 회복을 맞아 올해에는 수출 1200억달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메가 클러스터 성공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해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세계 최고 산업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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