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K-반도체 클러스터' 622조 투입…일자리 346만개 만든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622조원을 투입해 경기 남부 일대에 조성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정부도 총력 지원하기로 했다. 11년 연속 수출 1위이면서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을 키워 글로벌 주도권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2047년까지 20년간 300만개가 넘는 직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경기 수원 성균관대 반도체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열린 세 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①인프라·투자환경 ②생태계 ③초격차 기술 ④인재 등 4대 중점과제를 중심으로 2나노(㎚) 이하 기반 팹리스·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전 생태계가 집적된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 허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K-반도체 메가클러스터…삼성전자만 500조원 투자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용인 남사와 용인 원삼에 신규 조성 중인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와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에 360조원, 122조원을 투자한다. 또한 삼성전자는 고덕 반도체 캠퍼스 증설에 120조원을, 기흥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증설에 20조원을 추가 투자한다. 전체 민간 투자 가운데 500조원을 삼성전자가 책임지는 셈이다.
총 37개 팹을 갖춘 여의도의 7배 수준인 2102만㎡ 면적의 클러스터에 2030년 기준 월 770만장의 웨이퍼가 생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면적과 생산량 모두 세계 최대 규모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메가 클러스터 내 팹 건설이 시작되면 팹에 들어가는 장비 생산과 원자재 제조업체 생산도 함께 늘면서 약 193만명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주변 지역 상권 활성화 및 인프라 건설 확대 등으로 142만명의 간접 고용 창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외에도 팹 운영 전문 인력,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 등까지 포함해 총 346만명의 직간접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공급망 자립률 30→50%…1조 클럽 기업 4→10개
정부는 속도전을 위해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를 적기 공급하고,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을 통해 송전선로 건설기간을 30% 이상 단축할 계획이다. 현재 22개인 반도체 세액공제 대상 기술(국가전략기술)을 확대하는 등 투자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반도체 예산을 지난해 대비 2배 가량 늘어난 1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도 시동을 건다. 현재 30%에 불과한 공급망 자립률을 2030년까지 5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4개뿐인 ‘1조 매출 기업’과 1개뿐인 ‘글로벌 톱50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은 각각 10개로 확대한다. 또한 올해 2000억원 규모로 확대된 현금지원 인센티브를 활용해 글로벌 톱10 장비 기업 R&D 센터도 유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정상순방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ASML간에 체결한 약 1조원 규모의 공동 R&D센터 투자관련 입지 결정도 신속히 진행한다.
3대 미래 반도체 거점 구축…해외 우수인력도 흡수
판교·수원·평택 등 3대 미래 반도체 거점을 구축해 지역별 초격차 기술 R&D를 지원한다. 팹리스 기업이 밀집된 판교에선 메모리 반도체 역량을 활용해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저전력·고성능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실증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성균관대·경희대·아주대 등 반도체 관련 대학과 한국나노기술원 등이 소재한 수원은 실리콘 반도체보다 전력 효율과 내구성이 뛰어난 ‘화합물 반도체’ 기술 거점으로 발전시킨다. 평택엔 총 5000억원을 투자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평택 캠퍼스를 2029년까지 설립하고, 차세대 설계 연구센터와 소자 연구센터를 구축하는 등 차세대 반도체 R&D 허브로 조성할 계획이다.
미래 반도체를 이끌 인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올해 학사급 실무 인재를 약 3만명, 석박사급 고급 인재를 약 3700명 양성할 계획이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은 3개교에서 8개교로, 반도체 특성화 대학은 8개교에서 18개교로 늘린다. 사이언스 카드 비자 기간을 최대 1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등 2027년까지 500명의 우수 해외 연구자도 유치할 계획이다.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24조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우대 지원하는 ‘반도체 생태계 도약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여기엔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 등이 참여해 시중 대비 최대 1.3%포인트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또한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 투자도 올해 최대 700억원 집행을 목표로 개시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수출 1위 산업인 반도체 경기 회복을 맞아 올해엔 수출 1200억 달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조기 완성을 통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민생을 따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초격차 기술과 우수한 전문 인력 확보를 통해 국가간 반도체 경쟁에서 확실하게 앞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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