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99% ‘바다’…한국경제, 단군 이래 최대 위기 오나

장정욱 2024. 1. 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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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가뭄에 세계 양대 운하 막혀
늦어지는 물류에 기업 생산 차질
해운 운임 상승, 한국 수출 경제 직격
원자잿값 상승 더 큰 충격 줄 수도
지난해 11월(현지시각)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예멘 후티 반군 병사들이 헬기에서 내려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에 승선해 조타실로 접근하고 있다. ⓒ뉴시스

중동발 위기가 국내 해운업계는 물론 중소 수출입 기업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수출입 화물 99%를 선박으로 운송하는 한국 경제는 최악의 경우 단군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면서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안정화를 기대했던 세계 경제는 중동발 공급망 혼란에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휘청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친이란 성향의 예멘 반군 후티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민간 유조선을 공격했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 최근까지 총 26차례 공격을 거듭했다. 지난 11일에는 이라크 바그다드에 주재한 미국 대사관까지 폭탄 공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해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위치한 좁고 긴 바다다. 인도양 바브 엘 만데브 해협과 지중해 수에즈 운하를 잇는 바닷길로 세계 해운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가 이곳을 지난다. 석유와 천연가스 벌크선 물동량의 15%도 홍해를 거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10대 컨테이너 선사 중 머스크, MSC, 하팍-로이드, CMA CGM, ZIM, ONE 등 6개 사가 후티 반군 위협으로 홍해 항로에서 완전 또는 대부분 철수했다.

여기에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선박 통행을 제한 중인 파나마 운하 사태까지 겹치며 세계 해운 위기가 극대화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북아메리카 파나마에 건설한 길이 약 82km의 운하로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중요 통로다. 파나마 운하는 세계 해운 물동량의 5%, 화물선 40%가 통과한다.

해운 위기는 세계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의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후티 반군 공격에 세계 무역량이 1.3%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기업 생산 차질…운임도 급상승

최근 테슬라는 독일 내 전기차 공장 생산을 대부분 중단했다. 차량을 만들어도 수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운송 항로를 변경했다. 항로 변경은 운송 비용 증가와 운송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춘절 연휴를 앞두고 선사들이 서둘러 물량을 처리하려고 하면서 선박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 이 또한 운송비 인상 요인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2일 2206p를 기록해 전주보다 16% 이상 올랐다. 지난달 이후로 상승률은 114%에 달했다.

K-컨테이너운임지수(KCCI)도 마찬가지다. 8일 기준으로 지난주 대비 24.21%(377p) 오른 1934를 기록했다. KCCI는 6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8일 기준 K-컨테이너운임지수.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해양진흥공사(KOBC)에 따르면 부산항 연결 13개 주요 항로 가운데 11개 항로 운임이 올랐다. 북유럽과 지중해로 가는 항로에서는 12m 크기 컨테이너(40TEU) 요금이 개당 각각 1237, 1311p 오른 3732달러, 4244달러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운임 상승 압박…더 큰 위험은 ‘원자잿값’

운임 상승은 국내 중소기업에 특히 어려움을 가중한다. 당장 유럽으로 수출 제품을 보내야 하는 기업들은 납기일을 맞추기 힘들게 됐다. 중소기업에 있어 운임 상승은 직접적인 출혈이다. 약 50%, 많게는 두 배 이상 오른 해상 운임은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우리나라의 이스라엘 수출에서 64%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은 현지 점유율이 약 34%에 달하며, 국내 자동차 브랜드가 꾸준히 1위와 2위를 경쟁하고 있어 홍해 운송 중단에 따른 영향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위기는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인상이다. 세계은행(WB)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이후 중동 지역 분쟁이 확산하면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후티 반군 공격으로 사실상 중동 내 전쟁 상황이 확산한 만큼 WB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WB는 크게 3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먼저 중동 위기 확산으로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50만∼20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 가격은 3∼13% 오른 배럴당 93∼102달러로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때처럼 석유 공급량이 하루 300만∼500만 배럴 감소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 유가는 21∼35% 인상한 배럴당 109∼121달러에 달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1973년 아랍 국가들이 미국 등에 석유 수출을 금지했던 제1차 석유파동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석유 공급량은 하루 600만∼800만 배럴 줄어든다. 유가는 56∼75% 올라 배럴당 140∼157달러를 찍을 수 있다.

WB는 “갈등 고조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원자재 가격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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