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브 효율 52.17%' 정지윤, 성장하는 중입니다
[양형석 기자]
현대건설이 안방에서 정관장을 완파하고 5연승으로 단독선두를 질주했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1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1,25-21,25-17)으로 승리했다. 작년 12월 23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2-3으로 패하며 10연승 도전이 무산됐던 현대건설은 4라운드 5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2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승점 차이를 5점으로 벌렸다(18승5패).
현대건설은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37%의 점유율과 40.54%의 성공률로 18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위파위 시통이 52.38%의 성공률로 12득점, 양효진이 블로킹 5개를 잡아내며 11득점을 올렸다. 정관장은 이날 현대건설에서 가장 수비가 약하다는 정지윤에게 목적타 서브를 집중했지만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정지윤이 52.17%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견고하게 현대건설의 리시브 라인을 책임졌기 때문이다.
▲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동안 미들블로커로 활약한 정지윤은 2021-2022 시즌부터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했다. |
ⓒ 한국배구연맹 |
높지 않은 신인 드래프트의 확률을 뚫고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 중 아웃사이드히터나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의 선수들은 대부분 고교 시절 팀의 공격을 책임지던 에이스 출신들이다. 따라서 고교시절에는 서브리시브나 수비보다 공격에 비중을 높인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배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중요한 것처럼 고교배구에서도 신장과 운동능력이 좋은 에이스가 공격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교 시절에 공격에 집중하느라 서브리시브와 수비를 다소 소홀히 했던 선수들은 프로 입단 후 크게 고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V리그에서 대부분의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가 아포짓 스파이커를 소화하기 때문에 고교 시절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했던 선수들도 프로에서는 대부분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해야 한다. 하지만 서브리시브와 공격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아웃사이드히터로의 변신은 말처럼 쉽지 않다.
선명여고 시절 주로 오른쪽에서 활약했던 하혜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은 2014-2015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3순위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당시 팀에는 문정원, 황민경(기업은행), 고예림(현대건설),김선영 등 아웃사이드히터 자원이 즐비했다. 결국 외국인 선수의 백업으로 활약하며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하혜진은 2021년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하면서 미들블로커로 변신해 이번 시즌까지 전문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고 있다.
일신여상 시절 최가은(도로공사), 육서영(기업은행)과 삼각편대로 활약하던 아포짓 스파이커 김다은은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했다. 하지만 당시 이재영과 김미연이 있던 흥국생명의 왼쪽에 김다은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김다은은 작년 발리볼 네이션스리그에서 대표팀의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하며 좋은 활약을 선보였지만 정작 소속팀 흥국생명에서는 아직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시즌이 없다.
여자배구의 젊은 유망주로 꼽히면서도 포지션 문제로 인해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은 정관장의 이선우도 마찬가지. 이선우는 183cm의 좋은 신장과 뛰어난 공격력을 겸비한 젊은 유망주로 큰 기대를 받고 있지만 프로에서 네 시즌을 보내는 동안 한 번도 리시브 효율 25%를 넘긴 적이 없었다. 이렇게 불안한 수비로는 이소영과 박혜민,지오바나 밀라나가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충분한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 정지윤이 정관장과의 경기만큼 서브리시브를 해주면 '완성형 아웃사이드히터'에 가까워질 수 있다. |
ⓒ 한국배구연맹 |
경남여고 출신으로 2018-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정지윤은 루키 시즌부터 현대건설의 주전 미들블로커 자리를 차지해 210득점을 올리며 신인왕에 선정됐다. 정지윤은 2019-2020 시즌 272득점, 2020-2021 시즌 397득점을 기록하면서 순조롭게 성장했지만 포지션 대비 크지 않은 신장(180cm)과 파워로 승부하는 플레이스타일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미들블로커는 그리 어울리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던 정지윤은 대표팀 막내로 출전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아웃사이드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 백업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정지윤의 잠재력을 발견한 '배구여제' 김연경은 올림픽이 끝나면 현대건설을 이끌 강성형 코치에게 정지윤을 아웃사이드히터로 키워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렇게 정지윤은 2021-2022 시즌부터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했고 풀타임 주전이 아니었음에도 43.68%의 성공률로 237득점을 기록했다.
정지윤은 지난 시즌에도 38.64%의 성공률로 337득점을 기록했지만 리시브효율은 33.52%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정지윤은 황민경의 이적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번 시즌에도 30.6%의 리시브효율을 기록하고 있고 불안한 리시브는 공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행히 위파위가 38.26%의 안정된 리시브로 정지윤의 약점을 메워주고 있지만 점점 늘어나는 상대의 목적타 서브는 정지윤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지윤은 14일 정관장과의 홈경기에서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오랜만에 안정된 서브리시브를 선보였다. 이날 현대건설에서 가장 높은 40.35%의 리시브 점유율을 기록한 정지윤은 52.17%의 높은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면서 김다인 세터가 변화무쌍한 토스를 할 수 있도록 크게 기여했다. 정지윤은 공격에서도 44.44%의 준수한 성공률로 8득점을 올리며 현대건설의 3번째 옵션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흔히 아웃사이드히터들에게 서브리시브는 '운명'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 들이고 잘 극복하면 아웃사이드히터로서 롱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미들블로커 등 다른 포지션을 알아봐야 한다. 정지윤은 아직 아웃사이드히터로서 완성된 선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지윤이 서브리시브라는 미션을 잘 통과한다면 김연경이 기대했던 한국 여자배구의 차세대 주역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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