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가족사진' [D:쇼트 시네마(61)]

류지윤 2024. 1. 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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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영화는 사춘기 소녀에게 부모의 이혼이 어떤 사건으로 다가오는지 초점을 맞췄다.

마지막 장면을 위해 영화가 달려온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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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인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소영(오우리 분)은, 자신의 집을 보러 온 부동산 중개인과 낯선 사람들을 마주한다.

아빠(장정식 분)와 통화가 됐다면서 문을 열어달라는 소영, 집에 들어가니 엄마(송아경 분)는 침대 위에 누워있다. 사람들이 집에 간 후, 엄마는 소영에게 아빠와 이혼할 것이라고 통보한다.

소영은 당황스럽다. 엄마 아빠가 이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 복잡한 감정이 차오른다. 원망을 어디에 쏟아야 할지 몰라 집에 돌아온 자꾸만 자신에게 말을 걸고 챙겨주는 아빠를 외면한다.

결국 엄마와 아빠에게 "이혼하지 않으면 안되냐"라고 분노와 애원을 한다. 소영은 왜 자신에게는 물어보지 않고 이혼을 결정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에 소영은 부동산 중개업자와 집을 보러 온 사람을 아빠가 나간 사이, 문을 잠가버린다. 현관문 우유 투입구 마개에는 집에 들어오지 못한 아빠가 귤과 '졸업 축하해'라고 적힌 봉투를 집어넣는다. 그걸 바라보는 소영의 마음은 더욱 울적하다.

다음 날은 소영의 졸업식. 엄마, 아빠와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라는 걸 직감한 소영은 카메라를 향해 웃어 보인다.

영화는 사춘기 소녀에게 부모의 이혼이 어떤 사건으로 다가오는지 초점을 맞췄다. 어른들의 일방적인 통보 아래서 가족 구성원인 자녀는 함께 의논 대상이 되지 못한 채, 이미 정해져 버린 결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소영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만, 결국 이 가족은 해체될 것이다. 다만 아빠가 소영에게 자꾸 질문을 건네고 먹을 것을 챙겨주고, 우유 투입구 사이로 귤을 하나, 둘씩 넣는 행위처럼 이혼과 별개로 계속 부모의 사랑과 관심은 이어질 것이다.

아빠가 준 귤 하나를 냉장고 안에 넣어 보관한 소영 역시, 아빠와 엄마가 자신에게 보내는 애정과 진심을 알고 있다.

마지막 평범한 가족처럼 소영과 엄마, 아빠가 카메라 앞에 서 졸업사진을 찍는데, 소영의 얼굴이 포커스가 된다. 슬픔이 새어 나오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려 노력하는 소영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마지막 장면을 위해 영화가 달려온 것 같은 느낌이다. 자꾸만 슬퍼지는 눈과 입을 애써 끌어올리는 소영의 얼굴이 오래 잔상에 남는다. 배우 오우리의 세심한 표현력이 영화의 커다란 빛이 됐다. 러닝타임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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