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대 미국 대통령 선거…누가 당선될 것인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2024년 갑진년(甲辰年)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단연 화두는 ‘선거’다. 세계 74개국에서 크고 작은 선거가 치러지고 세계 인구의 약 40억명이 투표를 해야 한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당사국의 명암 뿐만 아니라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글로벌 시가 총액의 60%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피날레는 올해 11월 5일에 치러질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다. 1월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 선거)를 시작으로 무려 11개월에 걸친 대장정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여론조사 결과로만 놓고 본다면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재대결로 치러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변수가 있긴 하지만 민주당 유력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공약은 바이드노믹스가 핵심이 되겠지만 집권 1기 때의 반성을 계기로 몇 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바로 기후변화시대다. 올해는 기후목표 1.5도를 벗어날 것으로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기후변화야말로 생태적 대참사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다.
<그림 1> 슈퍼 엘리뇨 현상과 세계 기온
그런 만큼 기후환경협약을 윤리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공약을 재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통령으로 근무하던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포스트 교토의정서’ 논의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회원국은 윤리적 의무를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이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정작 대통령이 돼서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선거 캠페인이나 연임에 성공하면 ‘그린 성장’과 ‘그린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정하는 일을 그 어느 과제보다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구조를 ‘에너지 청정형’으로 바꾸는 동시에 세일가스, 원자력 등으로 에너지원을 다변화시켜 지구가 생존 가능한 환경을 복원하는데 주력할 것을 유권자와 약속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의 경제 패권 다툼은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어느 대통령과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 유지는 최고 책무이자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점을 꼽는다면 ‘극한 대립·근립궁핍화’에서 ‘공생 대립?내부 역량 강화’로 수정해 나가는 1기 때의 방침이 그대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자신의 역작이기도 한 ‘오바마 헬스 캐어’를 집권 1기 때 복원하는 데는 성공했다. 미국 국민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는 만큼 집권 2기 때는 마무리 차원에서 지신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해 나갈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해 취임 연설하는 자리에서 기후변화 협상과 함께 가장 먼저 국민과 약속할 가능성도 높다.
집권 2기 때도 모든 경제정책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추진할 것으로 공약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요인도 있긴 하지만 집권 1때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라 한다면 완전고용을 달성한 일이다. 집권 2기 때도 어렵게 달성한 완전고용을 정착시키기 위해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의 ‘일자리 자석 정책(employment magnet policy)’를 공약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정책도 고용창출계수가 높은 제조업 부활정책을 더 강화해 추진할 방침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내부적으로는 제조업을 다시 보자는 ‘리프레쉬’ 운동과 함께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까지 불러들이는 ‘리쇼오링’ 정책을 추진해 세계 공급망 중심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재편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림 2> 주요국 경제성장률 추이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4년 전 바이든 대통령과 경합 과정에서 보여줬던 막말, 음담패설 등에 따른 ‘비체계적 위험’이 이번에는 얼마나 더 높아질 것인가 여부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을 잡는 데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렇다. 47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트럼프 진영은 처음부터 ‘네거티브’ 전략을 선택해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최악의 막장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될 트럼프노믹스의 총체적인 기조는 ‘미국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이다. 오바마 정부가 태생적 한계였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크게 손상된 국제위상과 주도권의 반작용에서 나온 캐치프레이즈다. 한 마디로 글로벌 이익과 국익 간 상충될 때에는 후자를 중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통상정책에서 극단적 보호주의로 흐를 것으로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과장된 면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대미국 흑자국에게 성장과 고용을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에 대해 통상압력을 가해 시정하고,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시각이다. ‘강한 미국(strong america)’을 주장하는 공화당 전통과 맞는 대목이다.
내부적으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도로, 철도, 항만 등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을 복구하는 과제가 가장 적합하다.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더 선호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키즈를 중심으로 1930년대식 ‘트럼프판 뉴딜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로 적극 옹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 대폭적인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도 주목된다. 2차 오일쇼크 여파로 ‘스테그플레이션(경기침체에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라는 정책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미국 경제를 구해냈던 1980년대 초반 ‘레이건노믹스(공급중시경제학이라고도 부른다)’을 연상케 한다.
감세정책의 이론적 토대인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보면 세율과 재정수입 간 정(正)의 구간을 ‘표준 지대(normal zone)’, 부(負의 구간을 ‘비표준 지대(abnormal zone)’라 부른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출마 이전부터 너무 높아 경제효율을 떨어뜨리는 세 부담을 낮춰줘야 경기가 살아나고 재정수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재정지출과 감세를 동시에 추진한다면 ‘재정적자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하는 점에 의문이 든다. 최소한 경기가 살아나기까지 늘어날 재정적자를 국채로 메운다면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국채금리가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이 경우 ‘구축 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발생해 경기회복에도 역행한다.
재임을 향해 내걸고 있는 트럼프노믹스는 어디까지나 원칙이 지켜질 경우다. 하지만 47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원칙’과 ‘바이든 정부에 대한 보복’을 강조하고 있어 트럼프노믹스가 원칙대로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트럼프의 독재 시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우는 국익도 과연 미국 국민 전체를 우선할 것인가를 놓고 집권 1기 때에 경험을 바탕으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의 사익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또 한차례 시련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의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동으로 트럼프 키즈에 의해 점령당한다면 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3의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신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어디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공화당 후보로 최종 확정되면 민주당에서도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이나 미셸 오바마가 등장할 수 있어 미국 대통령 역사상 첫 여성 후보 간의 대결과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올 것인가도 워싱턴 정가를 중심으로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처럼 한 해에 선거가 74개국에서 치러진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우리도 4월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치러진다. 그 결과에 따라서도 우리 경제 앞날에 커다란 변화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에 따른 각종 위험과 변화는 전형적인 테일 리스크에 해당한다. 2024년 갑진년은 그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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