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은 ‘하락’ 개인은 ‘상승’ 베팅…코스피 줄다리기

김민영 2024. 1. 1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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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코스피 하락'·'코스닥 상승'에 무게
개인 순매수 1위 'KODEX 레버리지'
증권가, 1월 증시 강세 보이기 어려울 것

증시가 연초부터 하락 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기관투자가들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거꾸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코덱스(KODEX) 레버리지를 두 번째로 많이 사들여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모습이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기관·개인 투자자 간 서로 다른 지수 방향성에 베팅하며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로 순매수액은 2026억7600만원이다. 일명 곱버스로 불리는 이 상품은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면 그 폭의 두 배로 수익이 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기관이 당분간 코스피가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는 의미다.

기관이 그다음으로 장바구니에 많이 담은 종목은 카카오였다. 카카오는 최근 9개월 만에 6만원대에 재진입했는데 이 같은 주가 상승세는 기관의 강력한 매수세 덕분이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카카오 주식을 1740억원어치 쓸어 담았다.

눈에 띄는 점은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인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가 매수 상위 종목 4위에 올라와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관의 외면을 받았던 에코프로비엠도 순매수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기관이 코스피지수 하락에 힘을 실었다면 개인은 상승에 힘을 보탰다. 개인이 연초 가장 많이 쇼핑한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무려 1조3056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회복 기대감에 삼성전자는 7만960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 다음으로 'KODEX 레버리지'를 427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ETF는 코스피200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한다.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품에 적극적으로 베팅한 이유는 연초에 주가가 오른다는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상승 랠리를 펼쳐온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이달 들어 조정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2일 코스피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1년8개월 만에 최장기간 내림세 기록이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45포인트(-1.64%) 내린 868.08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된 이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했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CPI) 발표를 앞두고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작년 4분기 기업 실적 발표도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코스피 합산 영업이익 예상치는 고점 대비 30%가량 감소하는 변화율을 보였고 중국 경기 부진 및 글로벌 IT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소비자물가 발표 이후에는 점차 시장의 시선이 실적으로 이동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1월 증시가 강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증시 모두 9주 연속 강세를 보이면서 주가 수준(레벨) 부담이 누적되는 점이 단기 고민거리”라며 “올해 전반에 걸쳐 증시 환경은 우호적이겠지만 단기 수준 부담, 이익 전망의 불확실성 등으로 1월은 중립 수준의 주가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현재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는 극도로 과도한 수준까지 진행 중이라고 판단된다"며 "두 가지 상황 모두 증시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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