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없는 재건축’,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 대상

김지연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colorcore@naver.com) 2024. 1. 1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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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도봉구 30년 넘은 아파트 집중
‘재건축 패스트트랙’...사업성 낮을 땐 효과 없어
국토교통부 “도심 내 주택공급 늘릴 것”
사진은 서울 여의도의 재건축 아파트 일대 모습.(출처=연합뉴스)
정부가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는 준공 30년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14일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1232만가구 중 1월 현재 준공된 지 30년 이상 된 단지의 아파트는 262만구가구로 전체의 21.2%에 달했다. 준공 후 30년을 넘긴 단지는 서울(50만3000가구), 경기(52만2000가구), 인천(19만9000가구) 등 수도권에 47%가 몰려있다.

서울에선 노원구 아파트 16만3000가구 중 59%(9만6000가구), 도봉구 6만4000가구 중 57%(3만6000가구)가 30년을 넘겨 노후 아파트 비중이 컸다. 강남구(39%·5만5000가구)와 양천구(37%·3만4000가구)도 노후 아파트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선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1기 신도시를 제외하고 광명(41%·3만2000가구)과 안산(34%·4만1000가구)에서 30년을 넘긴 아파트가 많았다. 준공된 지 26∼30년인 아파트도 전국적으로 199만가구(16%)다.

낮은 용적률 메리트에 공사비 인상·고금리까지 ‘사업성 난제’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도입되면 앞으로 5년 내 전국 아파트의 37%에 해당하는 460만가구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허들을 ‘사실상 폐지’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대폭 낮춘 만큼 초기 사업 진행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다만 정비사업은 사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이 져야 할 분담금 문제로 내부 갈등이 커져 사업에 차질이 발생한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건축 초기 단계의 문턱을 낮춘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남아 있는 재건축 단지는 용적률 메리트가 크지 않은 데다, 공사비 인상과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까지 고려하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유예해 전체적인 재건축 추진 속도를 높이거나, 고밀도 복합사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라며 “안전진단 절차를 일일이 밟게 하면서 도심, 특히 서울에서 적정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기에 재건축 초기 단계에서 막힌 것을 풀어주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주당 “집값 띄우기” 비판...법안 통과 난항
법 통과도 문제다.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려면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국토부는 다음 달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책에 대해 “막무가내식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는 집값을 띄울 뿐 아니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정비법 취지에 위배된다”며 “명백히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야당과 아무런 소통 없이 즉흥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문제”라고 전했다.

또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법안 심사·처리도 어려워 보인다. 총선 이후인 오는 5월 30일 21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이 경우 정부는 22대 국회에 법안을 다시 제출해야 한다. 총선 이후에도 지금처럼 ‘여소야대’가 유지된다면 법안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3일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후속 조치·3기 신도시 조기 착공 등 필요할 것”
지금까지 안전진단은 재건축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을 제어하는 역할과 짧은 기간 동안 건축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해왔었다. 이를 사실상 폐지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주거 환경 측면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주택이 조기에 멸실되고 재건축 움직임이 한꺼번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짚었다. 박합수 교수도 “30년이 지나면 안전진단을 자동으로 통과하도록 한다면 국가적인 자원 낭비가 있을 수 있다”며 “1990년대 중후반에 지어진 아파트는 나름 튼튼하게 잘 지은 데다, 지하 주차장이 있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고자 한다면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진유 교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시장 상황이 안 좋아 택지를 살만한 여력을 가진 민간 디벨로퍼가 부족하기 때문에 공공 디벨로퍼를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등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하며, 3기 신도시 조기 착공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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