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투자 급랭]①IPO 나선 토스‥투자자 '카카오 학습효과' 우려
IPO 이후 성장가치 의문
초기투자자들 엑시트 통로 전락 우려
편집자주 - '플랫폼 산업에는 더 이상 투자하지 않는다.' 한 대형 투자기관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내 플랫폼 산업이 포화상태라며 투자가치가 없다고 단언했다. 분야별로 플랫폼 주도 기업이 정해졌고, 추가 확장이나 신규 진입이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대상으로서의 가치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몸값이 떨어진 1세대 플랫폼 11번가는 인수합병(M&A) 시장에 강제 매물로 나왔고, '국민 기대주'로 꼽혔던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반토막을 넘어 4분의 1토막이 났다. 10조원 데카콘을 노리는 토스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초기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회수)' 창구 역할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잘 나가는 플랫폼들도 한계가 명확하다. 새로운 유통 강자로 등극하며 영향력이 커진 쿠팡은 규제 당국과 경쟁사들로부터 전방위 견제를 받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제2의 닷컴버블 사태처럼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투자대상으로서 플랫폼 기업들의 최후가 머지않았다.
10조 기업가치로 IPO 노리는 토스‥투자자 '카카오 학습효과' 우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상장주관사 선정에 나서는 등 최근 기업공개(IPO)를 위한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중 처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에 이름을 올린 토스는 이제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기업)을 노린다.
2013년 8월 설립된 비바리퍼블리카는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로 시작해 은행, 증권, 보험 등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모든 금융 서비스가 가능한 슈퍼 앱 형태를 갖췄다.
월간이용자수(MOU)는 1500만명이 넘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만 순이익은 내지 못했다. 관계사 중에서는 토스뱅크, 토스증권이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수준이다.
토스 상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투자자들이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의 상장 전후 과정을 보면서 느낀 부정적 '학습효과'다. 국내 피어그룹(비교기업)으로 꼽히는 카카오 금융 계열사들의 상황이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기면서 토스 상장 절차에서 수요예측이나 공모가 결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카카오의 금융계열사들은 상장 과정에서 금융 플랫폼의 공모가 적정성을 두고 고평가 논란이 일었고, 현재 상장 초기 대비 주가가 현저히 내려가 있다. 한때 25만원대에 근접했던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현재 4만~5만원대로 주저앉았다. 공모가(9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당시부터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 페이팔(미국), 스퀘어(미국), 파그세구로(브라질) 등 굵직한 해외 금융 플랫폼을 비교 대상으로 삼고 9만원의 공모가를 확정 지었으나 주가는 상장 이후 지금까지 줄곧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상황도 심각하다. 한때 10만원대를 위협하던 카카오뱅크는 공모가(3만9000원)보다 낮은 2만~3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때 시가총액 30조원을 넘었지만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면서 현재 12조~14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등을 확장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마이너스 요인이 커지면서 플러스 요인을 주가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존 시중은행 고객들을 뺏어오는 정도로 성장이 머무는 수준에서, 모회사의 사법리스크와 규제 우려 등으로 신사업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이 아닌 플랫폼이라는 선언과 함께 출범했지만 플랫폼 수익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겐 실망감을 안겼다. A 증권사 IPO 담당 고위관계자는 "토스는 플랫폼의 탈을 쓴 금융사라 카카오의 금융 계열사와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며 "수익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기업가치도 카카오의 금융 계열사를 넘어설 것이란 기대감은 없다"고 말했다.
누적 투자금만 수조 원…개미들, 기관 '엑시트 물량 받기' 역할 우려
플랫폼 사업자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상황에서 토스 상장이 자칫 상장 전 초기 기관투자가들의 엑시트(자금회수) 물량을 개미들이 받아주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토스는 꾸준히 유상증자를 진행해 외부 자금을 받았다. 2013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은 조원 단위다. 투자유치 현황을 보면 2014년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의 10억원 초기 투자를 시작으로 IBK기업은행, 우리벤처파트너스, 굿워터캐피탈, 싱가포르투자청, KDB산업은행, 광주은행,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20여개 기관이 총 2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토스의 기업가치는 2021년 3조원 규모에서 8조원 규모로 급격히 커지면서 주목받았다. 기업가치 10조원은 단숨에 넘어설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시장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IPO 성공을 점칠 수 없게 됐다.
그동안에는 투자자들이 신기술 접목이나 트래픽·가입자 증가 등을 중점적으로 봤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수익창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고 있다. 아울러 최근 뻥튀기 상장 의혹이 불거진 파두 사태를 비롯해 IPO 시장 신뢰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기업의 성장가치에 대한 평가도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수익성 확대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토스는 여전히 적자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토스의 순손실은 2020년 910억원, 2021년 2160억원, 2022년 3709억원, 2023년 1825억원(3분기 누적) 등 출범 후 지속 적자다. 투자 시점 이후에 추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을 보는 냉정한 현실이다.
조진완 한국금융산업연구원장은 "한국 핀테크 기업들은 규제나 내수시장 규모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토스나 카카오뱅크·네이버파이낸셜·케이뱅크 등이 획기적으로 마켓사이즈를 키우려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그에 대한 투자 유치 전략이 필요한데 우리 플랫폼들이 그런 역량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수현 경상대학교 교수는 "플랫폼 산업은 해외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국내 시장에서 독과점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행위에 대해선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어려운 규제 산업"이라며 "규제를 할 때는 정말 신중함이 필요하고 풀 때는 합리적으로 풀어줘야 하는데 이 부분이 절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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